[열린마당] 자원봉사자 주먹구구 배치…일없어 허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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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청년연합회 (KYC) 는 지난 8월 5일부터 8일까지 파주시 문산읍 수해지역에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직장인.대학생.고등학생 등 60여명이 3박4일간 인근 마을에서 숙식을 하며 문산 읍내와 인근 농촌에서 쓰레기 제거, 무너진 밭고랑 메우기 등의 작업을 실시했다.

수해현장에서 느낀 수재민들의 아픔과 고통은 밖에서만 보던 것보다 훨씬 아프고 고통스러워 자원봉사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수재민들의 그런 아픔을 하루라도 빨리 잊게 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행정당국의 대응은 답답할 정도였다.

현장에서 바라본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코자 한다.

8월 4일 KYC의 실무자들이 현지 답사를 시행했으나 피해상황과 복구에 대한 상황 종합이 되지 않았다.

시청 따로, 군청 따로, 면사무소 따로, 현장 따로의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문산읍사무소 앞에 차려진 상황실.자원봉사센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일 3천~4천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 배치하는 중심기관이 없었다.

실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센터' 의 지시를 받고 현장에 나갔지만 일이 없거나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제대로 봉사를 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건물 규모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한 탁상행정이 그 원인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민.관.군이 합동으로 '재해 자원봉사센터' 를 설치,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오기 전에 현장 모니터요원을 모집, 교육시켜 해당 수해지역의 수요와 공급 - 복구지원, 구호물품 파악, 시내 교통흐름, 자원봉사자의 흐름파악 등 - 을 정확히 상황보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과 물품이 제공될 수 있다고 본다.

두번 다시 이번과 같은 인재 (人災) 로 주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어져야 하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를 보다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보람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당국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용 <한국청년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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