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북미협상…북한 '미사일 필요하면 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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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 4자회담을 통해 가닥이 잡혀지리라 기대됐던 북한 미사일 재발사 문제가 아직 '오리무중 (五里霧中)' 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이 여전히 속을 썩이고 있다" 는 말로 진전이 없음을 설명했다.

주요 협상 때마다 북측이 들고 나왔던 북.미간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철회 등 요구조건이 이번 회담에서도 되풀이됐으며 내용상으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얘기다.

북.미간 미사일 협의가 시작된 3일까지만 해도 색다른 기대가 있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는 것이다.

북측은 서해 교전사태와 북방한계선 (NLL)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미국의 여러가지 제안에 대해서도 '경청'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4자회담 본회담이 시작된 5일 이후 북한측 반응이 달라졌다.

북측 협상대표인 김계관 (金桂寬) 외무성 부상은 "미사일 발사는 주권의 문제다. 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쏠 것" 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金부상은 또 북의 미사일 발사 포기에 앞서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 를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주변 여건도 좋지 않았다.

한반도 내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반대해오던 중국이 2일 갑자기 사정 (射程) 거리 8천㎞의 둥펑 (東風) 31 미사일을 쏴올렸다.

미국도 같은 날 뉴멕시코 상공에서 전역미사일방위 (TMD) 체제 구축을 위한 전역고공지역방위 (THAAD) 미사일을 발사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에 미사일 발사의 빌미를 보태준 악재" 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외교부는 한가닥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미사일 발사 직전 협상테이블에서 "그 (미사일) 얘기는 할 것 없다" 고 했던 단정적인 어투를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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