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옛식구 '청렴도 검사'…신당 명분 축적용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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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공기업 등 정부산하기관의 요직에 앉아 있는 당 출신 인사들의 성적표를 매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청렴도 측정' 이다.

방식은 내사 (內査) 형태로, 청와대 사정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8일 "金대통령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주변부터 깨끗이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표시" 라며 "과거 정권의 뼈저린 경험을 교훈삼은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金대통령은 올들어 몇몇 정부 산하기관 간부들이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몹시 언짢아 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지난 2일 당 보좌진을 지냈던 사람들의 모임인 인동회 (忍冬會) 회원들에게 "여러분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대통령을 만든 것에 만족하고 어렵지만 바르게 살기 바란다" 고 부탁했다.

이같은 점검을 놓고 여권 일각에서는 "민심을 껴안아 물갈이를 통한 제2창당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고심도 엿보인다" 는 관측도 나온다.

체크 리스트에는 ▶업무 수행능력 ▶도덕성 ▶청렴성 ▶개혁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리 조사에다 입체적인 능력평가를 통해 '무능력자를 퇴출시키겠다' 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정권 들어 정부 산하기관의 고위 간부로 진출한 국민회의 출신 인사는 60여명. 이중 감사가 50여명, 이사장.사장이 10여명. 여기에 자민련 출신 간부 10여명을 포함하면 여당출신 간부는 70여명에 이른다.

이들중 절반은 당료 출신이며 나머지는 97년 대선전에 합류한 과거 정권시절의 고위 공직자다.

여권측은 "공기업에 6백여명이 자리를 잡았던 YS정권 시절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고 주장한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노조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간부의 경우 내사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고 전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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