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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 전 해상 강국 만든 장보고·신라배의 비밀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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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상왕 장보고를 만든 신라배의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주도로 이원식(한국해양대 명예교수) 원인고대선박연구소 소장, 김용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 등이 연구해 복원한 배는 첨저형(V자·사진)에 가까운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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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는 해류 이용한 천재”=고선박연구가인 마광남씨는 “거친 파도를 이겨내려면 바닥이 평평하기보다는 뾰족한 형태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바다를 다니려면 현대의 원양어선처럼 뾰족한 형태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울산과학대학 이창억(해양조선학과) 교수는 “장보고의 무역 항로는 북방항로뿐 아니라 서해 남부 항로도 다녔다”며 “이런 곳을 다니기 위해서는 밑바닥이 평평한 배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라 배도 한국 고유의 배 형식과 같은 밑바닥이 평평한 모양”이라고 주장한 고 김재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반박하는 논리다. 일본의 구법승인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신라 배는 작지만 날렵하고 강하다’고 표현했다. 또 신라 배는 동남풍과 서남풍을 이용해 남쪽으로 항해하는 ‘역풍항해’까지 했다고 기록했다.

마광남씨는 “역풍 항해를 하려면 지그재그 방식으로 이동을 해야 하고, 능숙한 돛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의 항해 각도는 목표지점을 향해 50도에서 60도 정도로 움직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장보고 선단은 항법도 앞서 있었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은 “장보고 선단 항해사는 지문항법·천문항법·수문항법 등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문항법은 육상이나 섬의 모양과 목표물을 보고 항해하는 것이고 천문항법은 해와 별자리 등 천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수문항법은 물의 깊이나 색깔을 파악해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장보고는 이들 항해술로 해류와 바람이 다른 한반도 남해와 서해, 남중국해 등을 자유자재로 다녔다. 1992년 완도 일대를 답사한 동서교역사 권위자인 휴 클라크(미국 얼시누스 대학) 교수는 장보고의 동북아 해상 장악을 아라비아인들의 남해무역 지배와 비교하면서 “지형과 해류를 잘 이용한 장보고는 천재”라고 평가했다.

◆파손돼도 침몰은 안 돼=고선 전문가들은 신라 배는 한 쪽이 바위 등에 부딪쳐 파손돼도 가라앉지 않도록 앞부터 뒤까지 칸막이를 여러 개 한 것(수밀격벽구조)으로 보고 있다. 엔닌의 기록에 선체의 밑바닥이 모두 부서지고 찢어진 가운데 밀물이 밀려왔지만 계속 항해을 했다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선체에 물이 차도 한번에 침몰하지 않고 긴급 항해가 가능했다. 이원식 소장은 “2006년 중국 산둥성 펑라이시에서 발견된 고려 선박이 이런 구조인 것으로 보아 원양항해를 했던 신라 배 역시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신라 배는 튼튼했다. 강상택 전 한국해양대 교수는 “신라 배는 배 측편을 만들 때 판끼리 겹치는 방식으로 한 뒤 참나무 쐐기를 박아 고정시켰을 것”이라며 “일본 배는 판자들을 수평으로 이은 뒤 못으로 고정시켜 약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시래 산업경제데스크
▶취재=김문경 숭실대(역사학) 명예교수, 천인봉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창규·염태정·이승녕·문병주·강병철 기자
▶사진=안성식·오종택·변선구 기자

<도움말 주신 분들>

▶강봉룡 목포대 교수(역사문화학)▶권덕영 부산외국어대 교수(역사학)▶김용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김종식 완도군수▶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김진숙 박사(성균관대 강사, 차학)▶김호성 서울교대 교수(전 총장, 윤리교육학)▶김희문 전 완도문화원장▶마광남 고선박 연구가▶박남수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정보실장▶서영교 중원대 박물관장(역사학)▶윤명철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역사학)▶이승영 동국대 교수(국제통상·전 한국무역학회장)▶이원식 한국해양대 명예교수(원인고대선박연구소 소장)▶이주승 완도군청 학예연구사▶이창억 울산과학대 교수(해양조선학과)▶정준영 전 삼성재팬 사장(고 이병철 회장 전 비서팀장)▶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조범환 서강대 박물관 교수(역사학)▶최장현 국토해양부 제2차관▶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황상석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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