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실수”라 하면 그 뿐 … 검증 없는 대학 정보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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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육보건대 치위생과는 지난 1일 하루 동안 유명세를 치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대학알리미)에서 이 학과는 신입생 경쟁률(139.4대1)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발표된 교과부 보도자료에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이 학과는 각종 언론매체들의 취재 대상이 됐다. 하지만 1위 자리는 6시간 동안만 유지됐다. 1위 학과가 한나절도 안 돼 10위권으로 강등된 것이다.

이날 해프닝의 발단은 대학 측의 실수였다. 학교 측은 “치위생과는 일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본과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심화 과정 두 개가 있는데, 실수로 후자의 정보를 입력했다”고 해명했다. 그 결과 경쟁률은 34.8대1로 정정됐다.

이처럼 대학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정부가 운영하는 공시 사이트는 이를 검증하지 못한다. 공시 사이트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지난해 말 도입됐다. 그때 역시 이런 비슷한 해프닝이 있었다. 일부 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높게 공시되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정보 공시 사이트에 올라가는 정보는 대학 등 학교가 스스로 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으며, 입력된 정보에 대해 교과부 측의 검증 장치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대학 스스로 입력하기 때문에 정보 조작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률, 학생충원 현황, 취업률 등은 대학이나 학과의 인기를 반영하는 정보다. 대학이 실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할 때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교과부는 올해 처음 예비공시제를 도입해 대학이 스스로 오류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삼육보건대와 같은 치명적 오류는 이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했다. 모니터링 인력은 교과부 담당 사무관과 한국교육개발원 공시센터 직원 4~5명이 전부다. 이 인원으로 420여 개 대학 2만여 개 학과의 오류 정보를 걸러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 화곡동의 한 고교 학부모는 “공시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학 진학 참고 자료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정보 오류 문제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공시한 학교에 대해 강력한 행정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어떻게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 신뢰도를 높일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검증 없는 정보는 학생 등 교육 소비자의 알 권리를 오히려 침해할 뿐이다.

정현목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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