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체지질학자 슈메이커 달에 묻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브뤼셀 = 연합]인간의 유해가 사상 처음으로 달에 묻힌다.

주인공은 달 착륙 아폴로 우주선 승무원들에게 과학적 달 탐험 훈련을 시키고 '슈메이커 - 레비 9' 혜성을 발견했던 미국의 천체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 그의 유해를 실은 우주선이 31일 달에 도착, 분화구와 충돌한다.

이에 따라 그의 유해를 담은 캡슐은 자연스레 분화구에 유택을 마련하고 슈메이커는 달에서 영면하게 된다.

평생 달 탐험을 원했던 그의 소원이 사후에나마 이뤄지게 되는 것. 슈메이커는 지난 97년 호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평생 동안 달을 사랑하고 달 속에 묻히기를 원했던 그의 생전의 뜻을 소중히 여긴 친지와 동료 지질학자들이 뜻을 모아 지난해 1월 그의 화장된 유해 일부를 소형 우주선인 '루나 프로스펙터' 호에 실었다.

이 우주선은 1년6개월에 걸친 거친 항해 끝에 이달말 달에 도착할 예정. 그의 달표면 안장은 인간의 달착륙 30주년 기념일인 20일이 지난 직후에 이뤄질 전망이어서 그의 '달사랑'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그는 사망 직전 "직접 달에 가서 내 망치로 달 표면을 파볼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 일생 최대의 실망일 것" 이라고 말할 정도로 달 탐험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는 당초 우주비행사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지난 60년대에 오늘날보다 훨씬 엄격했던 건강 검사를 받고 '가벼운 의학적 문제' 때문에 우주비행사 시험에서 실격했다.

그의 부인이며 동료 학자였던 캐롤린 슈메이커는 지난해 루나 프로스펙터호의 발사 직전 "자신의 재가 달에 묻히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남편이 감격할 것" 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