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보고서 어떻게 바뀌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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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됐던 검찰의 조폐공사 대책보고서의 실체가 29일 공개됐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A4용지 네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조폐창 조기 통폐합안을 발표했던 지난해 10월 2일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지시로 당시 이준보 (李俊甫) 공안2과장이 작성을 시작했다.

같은 달 7일 만들어진 1차 보고서는 '조폐공사 노사분규 동향 및 대책보고서' 로 "노사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존재하니 자율 타결을 유도한다" 는 내용이 골자.

그러나 秦전부장은 내용 수정을 지시, 8일자 보고서엔 노사분규에 대한 동향이 상세히 적혀 있다.

秦전부장은 재작성을 지시해 10일자 보고서는 제목도 '조폐공사 구조조정 종합대책보고서' 로 바뀌는 등 내용이 전면 수정됐다.

특히 장기분규로 노사간의 자율적인 타결이 어렵다고 전망, 구조조정의 모범적 선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절까지 첨가됐다.

결국 13일자 최종 보고서는 아예 전국의 구조조정 대상 공기업과 해당 근로자들의 숫자까지 포함, 향후 실시될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반발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조폐공사 분규를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최종 보고서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보고용으로 만들어졌으나 당시 박상천 (朴相千) 장관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이훈규 (李勳圭) 본부장은 설명했다.

당시 법무부 주무과에서 현안도 아닌 장황한 내용이라고 판단,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40여일 후인 11월 25일 조폐공사 노조가 통폐합에 반발하는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보고서를 고치라는 지시에 불만을 품었던 공안부 직원들은 "공안부장의 예측력이 대단하다" 며 놀랐다고 한다.

결국 보고서라는 물증에 姜전사장의 진술이 더해지며 수사팀은 秦전부장을 파업 유도의 주범으로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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