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쟁반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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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복효근(1962~ ) '쟁반탑' 전문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함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먹는 시장 사람들 부처만 같아서
싸는 똥도 향그런
탑만 같겠네



웬 날벼락인가? 시끌벅적한 시장 속에 난데없는 두 개의 탑이 솟다니. 그래서 산중의 절속에 있는 탑보다 시정의 한복판인 시장 속에 살아있는 부처야말로 진짜 부처라는 역설이 가능해진다. 쟁반탑이란 다름아닌 이 시장 속에 살아 있는 부처(아줌마)를 뜻한다. 이 그림 속에는 쟁반탑과 같은 또 하나의 탑이 있는데 그것이 '향그런 똥'인 '똥탑'인 것이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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