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회학자 심영희교수가 본 신창원 일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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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창원의 일기장이 세간에 화제다.

신창원은 의도적으로 일기를 쓰고, 이것이 경찰에 전달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습작해 글을 다듬고, 자신이 쓴 글을 정서하고, 제목까지 달아 사람들에게 자기를 이해시키려고 했다.

자기 합리화도 겨냥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가 쓴 것은 일기가 아니라 수필이며 칼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 그는 이런 글을 썼을까. 그것은 그가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면서 또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피와 은둔의 생활을 하면서 느낀 사회와 교도소의 문제점들을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통로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보면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지배적 규정과 담론 (談論)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범죄통제기관 및 언론의 말과 규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그것이 지배적인 규정이 되고 있다는 데 대한 반항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그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로 대표되는 '법의 불평등' 과 '교도소 내 가혹행위' 를 바깥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또한 그는 사회에 대한 울분과 감정을 노골적으로 폭발시키고 있다.

경찰이 자신과 동거했던 애인을 "건드렸다" 고 하면서 경찰과 권력층들에 대한 전쟁 선포로까지 나아간다.

이 울분 폭발과 전쟁 선포 또한 신창원이 세상에 대해 보내는 절규나 커뮤니케이션 (대화)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도 의식한 것 같다.

착한 일을 하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과 불우했던 과거로 독자의 관심을 돌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제시하고 이해와 동정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것이 그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또한 어쩌면 이런 것이 그가 대중에게 어필해 신드롬을 일으키는 한 요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창원의 일기에는 쓰지 않은 것도 있다.

초등학교 때 일기 숙제를 할 때면 남이 보아도 괜찮을 것만 쓰고 남이 보면 곤란할 것은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창원의 일기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는 매스컴 등을 통해 만들어진 '신창원 신드롬' 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과대포장된 자신에 대해 "그건 내가 아니다" 라며 싫다고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어느 정도 거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긴 듯하다.

즉 그는 자신이 의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런 수기를 통해 그런 역할을 자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범죄스타가 되고자 하는 의식을 깔고 있다.

일기에 나타난 신창원의 절규는 그의 계산된 글과 범죄들에 의해 설득력이 반감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과 교도소 문제 등을 개혁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신창원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심영희 한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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