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EBS '십계' 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십계(EBS 밤10시35분)

십계명에 대한 신학서와 철학해설서를 섭렵한 후 각본을 썼다는 크쥐시토프 키예슬로브스키 감독의 10부작 '십계' 중 세번째와 네번째 작품.

세번째 작품인 '안식일을 지켜라' 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인간의 고독과 결단을 다루고 있다. 남편을 찾아달라며 나타난 옛 애인과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기까지 갈등을 담고 있다.

잔설이 녹지 않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삭막한 밤 거리가 인상적이다. 차창에 비친 가로등.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 등으로 표현되는 '따뜻함' 또는 '가족' 의 이미지와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십계 연작중 '빛' 에 가장 역점을 둔 작품. 영화가 빛의 예술임을 실감케 한다.

한편 네번째 작품인 '부모를 공경하라' 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꽉 짜인 드라마다. 한 여대생이 죽은 어머니의 필체를 흉내내 가짜 편지를 만든다.

내용인즉 자신이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 가능성을 인정하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미묘한 애정에 갈등이 겹쳐진다. 마지막에 뜯지 않은 어머니의 진짜 편지가 발견되지만 이를 태움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잔잔하면서도 숨돌릴 수 없게 하는 탄탄한 구성이 뛰어나다. 원제 The Decalogue.88년작. 각 60분.

13일의 금요일(KBS2 밤10시10분)

B급 공포영화로 히트한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넷째편. 3편에서 죽었던 악의 화신 제이슨이 다시 살아난다. 산골 마을에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크리스털 호수에 얽힌 전설을 떠올린다. 호수에 익사한 소년이 13일의 금요일 밤이면 나타난다는 것. 특수효과는 볼만하지만 전편보다 뛰어나지 않다. 원제 Friday.감독 조셉 지토. 주연 킴벌리 벡.코리 펠드만. 84년작. 90분.

머니토크 (MBC 밤11시)

흑인과 백인이 파트너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48시간' '리쎌웨폰' 류의 영화와 설정이 비슷하다. 암표를 판 혐의로 호송되던 프랭클린이 암흑가 두목의 경찰 살해 장면을 목격한다. 이때부터 그는 범죄 조직과 경찰 양쪽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플랭클린 역의 크리스 터커와 신문기자로 그를 돕는 찰리 신의 연기 호흡이 어울린다. 원제 Money Talks.감독 브렛 래트너. 97년작. 95분.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