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이영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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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늘도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논밭에서 일하십니다. 그 구슬땀으로 성장해 출가한 우리들을 지금껏 먹여살리려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그 충격으로 그렇게 건강하시던 어머니는 2년간 화병으로 앓아 누웠지만 억척스러움으로 다시 건강을 되찾아 예순다섯의 나이에도 젊은 남자 못지 않을 만큼 농삿일을 하고 계십니다.

객지에서 생활하는 저희들에게 전화를 하실 때마다 "집에는 아무 일 없느냐" "차 조심하라" "경우.종우는 학교에 잘 다니느냐" 등을 물어보시면 "예" "예" 라는 말만 하고 수화기를 놓았습니다. 건강하시냐고 빈 인사도 못드리고 말입니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찾아가 돌아올 때면 으레 비닐봉지에 김치.된장.고추장.나물 등을 바리바리 담아주시는데 저희들은 당연하다는 듯 맛있게 먹기만 하고 있습니다.

항상 주기만 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으레 받기만한 자식들. 그날 어머니를 놔두고 다시 도시 집으로 오면서 저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어머님이 더 늙기 전에 편히 모셔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오늘도 바쁜 도시생활에 젖어듭니다. 바쁨만 핑계삼아 효도를 미루는 못난 자식들입니다.

그러나 어머니, 오늘같은 여름 밤하늘에 별이 빛날 때면 어머니의 품이 더욱 그리워지면서 마음은 벌써 당신 곁에 가있습니다. 당신의 사랑, 너무너무 위대하다는 것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이영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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