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오락가락 범행진술 경찰과 '협상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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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창원 (申昌源.31) 이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죄 행각을 털어놓기 시작했으나 진술 내용 가운데 추후 확인된 사실과 다르거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부산교도소로 이송되는 차 안에서 申은 수사관들에게 검거 당시 갖고 있던 거액에 대해 "서울 강남의 TV 등 언론에 자주 나오는 힘있는 사람 빌라에서 인질극을 벌여 빼앗은 것" 이라고 털어놨다.

수사관들은 당시 申이 여러 정치인들을 거론하며 "그런 사람들은 죄를 범하더라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잘살고 있더라" 면서 피해자가 유명 정치인이며 자신이 그들의 생활상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申은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2억9천여만원을 빼앗았던 곳이 예식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金모 (51) 씨의 집이라고 말을 바꿨다.

申은 또 이 집에 70억~8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 (CD)가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해자 金씨는 액면가 5천만원짜리 10장이 전부였다고 말해 정확한 액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형량 등을 고려한 申은 신분 노출을 꺼린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점을 최대한 활용, 자신의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申이 자신의 범죄행각이 밝혀질 경우 문책 등이 예상되는 경찰과의 타협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경찰이 발표한 申의 범죄 규모가 수사 착수 전 밝힌 '88건 5억4천만원 가량의 절도' 와 큰 차이가 없어 경찰 일부에서조차 "신창원이 입을 열수록 피해가 늘어날테니 사전에 마련한 각본대로 짜맞춘 뒤 서둘러 수사를 종결하려는 것 같다" 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강남 인질극의 경우도 경찰은 피해자 확인이 가능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후 부랴부랴 파악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찰이 드러나지 않은 申의 범행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하거나 고위층을 상대로 한 범행을 일부러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성탁.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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