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개 '신창원 일기'] "법은 만인에 불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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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창원은 도피중에 작성한 일기장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 현행법의 적용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신창원은 30쪽 분량의 일기장에서 법과 범죄 등 주제별로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신창원은 법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 때부터 법의 형평성은 사라졌고 법이 권력유지를 위한 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고 기록했다.

권력을 쥔 자가 범죄행위를 했을 때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고 처벌도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

申은 이에 대한 한 예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들면서 "金씨가 형집행 정지가 아니면 병보석으로 풀려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그가 곧 죽을 정도로 아픈가" 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는 "법의 힘이 아직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이 존재하고 있고 특권층을 위한 법조항이 많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란 쉽지 않다" 면서 "강자와 약자에게 차별을 두는 법이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 적었다.

申은 또 교도소 운영방식에 대해 "너무 폐쇄돼 있다" 고 언급했다.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데 각종 비리와 가혹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申은 범죄자가 나날이 증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그는 범죄의 발생 원인으로 어렸을 때의 교육과 환경을 들었다. 그는 "재소자들의 90%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들에게 부모의 사랑이 있었다면 절대로 그 곳에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며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환경과 가정교육이 백배 더 중요하다" 고 밝혔다.

또 "학생에게 퇴학처분은 그 아이의 인생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 말해 자신이 중학을 중퇴한 사실에 많은 상처를 입었음을 나타냈다.

申은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의식한듯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직 아니다. 보통사람의 인간성을 1백%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내게도 1%쯤은 남아 있다. 나를 의적.영웅시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자격도 없다" 고 밝혔다.

申은 자신의 싸움기술에 관한 내용도 일기장에 간략하게 언급했다. 그는 "내 주먹의 파괴력은 내가 잘 안다.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기에 주먹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우승도 해봤다" 고 밝혔다.

부산 =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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