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0년만의 학생파워…정치개혁.개방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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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재 타도!" "자유 쟁취!" 5일째 이란을 휩쓸고 있는 학생 시위대의 구호다.

10여일의 과격시위를 통해 2천년간 유지돼온 팔레비왕의 샤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정권을 세운 79년 혁명 당시 학생들의 구호와 똑같다.

20년 전 아버지 세대의 학생파워가 아들 세대에 다시 재현된 것이다.

혁명의 거리 (79년 당시 샤레자 거리)에 위치한 테헤란대학이 대규모 시위의 진원지가 된 것 또한 같다.

이슬람혁명때 호메이니옹의 입국이 시위 촉발의 계기가 됐다면 이번엔 개혁파 신문 '살렘' 의 폐간이 학생시위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20년 전 학생들의 요구가 혁명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언론자유 보장 등 체제내에서의 정치개혁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요구는 개방과 인권.민주개혁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2년 전 학생파워를 등에 업고 대통령직에 오른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도 놀랄 정도다.

하타미 대통령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자 12일 학생들에게 폭력을 자제하고 법을 수호할 것을 호소했다.

이란에서 학생파워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1백만명이 넘는 대학생들은 4~5개의 전국적 규모 학생연합체를 가지고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하타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돼왔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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