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회의 새 팀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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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회의가 새로 이만섭 (李萬燮) 총재대행체제로 진용 (陣容) 이 전면 개편됐다.

새 체제는 빨리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정치를 복원시켜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당 기능의 왜소화 (矮小化) 로 인해 당과 정부간에 혼선을 빚기 일쑤였고, 공동여당간 불협화는 물론 경색된 대야 (對野) 관계로 정치불안이 만성화됐는데 새로운 여당 지도부가 이를 조기에 수습하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번 여당개편을 전후해 '당은 정치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행정을 각각 책임진다' 는 얘기가 청와대와 여당 실세간에 나왔다는 점을 우리는 중시한다.

金대통령의 청남대구상에 과연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당이 전체 여권 내에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는 것이 정치복원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여당의 위상에 따라 여야 정치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무엇보다 대통령 1인에게 몰렸던 국정의 책임이 효율적인 역할분담 체제로 가느냐의 여부와도 직결될 것이다.

새로운 국민회의 진용은 바로 이런 중대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벅찬 과제를 짊어진 채 출발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李대행은 '한시적인 관리형 대행' 이든, 아니든 간에 민심에 바탕한 당 주도의 정국운영으로 집권당의 여권내 위상을 확립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안정화된 강한 여당이라야 옷사건과 특검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고, 민심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자민련과의 공조방식과 기준 등에 있어서도 일정한 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총재대행의 전격 교체에서 드러난 것처럼 두 여당간의 공조는 매우 취약한 기반이었다.

특히 내각제 협상을 앞두고 두 여당간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는 정국안정의 매우 중요한 열쇠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못지않게 새 지도부가 노력해야 할 일은 대야관계의 정상화 추진이다.

대국적 차원에서 야당을 포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현안의 매끄러운 해결이 가능해질 것이고, 정치의 안정화를 통해 개혁의 추진력도 얻어질 것이다.

요컨대 집권당 새 지도부는 정국주도와 정치복원에 대한 강한 신념과 원칙, 그리고 화합정신에 입각해 꼬인 정치를 풀어가는 자세와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당장 국정조사와 특검제 도입 등 현안해결에 더이상 좌고우면 (左顧右眄) 해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민심과 순리에 부응하는 정치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어려운 국정 현안은 쌓여 있고 민심은 흩어져 있다.

집권 1년반도 안돼 왜 이런 현상이 왔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당직의 전면개편이란 곧 새 출발을 하자는 뜻이다.

우리는 국민회의가 어떻게 새 출발을 하는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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