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루시초프 아들 세르게이 '미국 시민된 것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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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 위대한 나라의 시민이 된다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아들 세르게이 흐루시초프 (64)가 91년 미국으로 귀화한 후 8년만에 '공식 미국인' 으로서의 새삶을 시작한다.

현재 브라운대에서 냉전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흐루시초프는 13일 (한국시간) 그가 거주하고 있는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 커시드럴 광장에서 시민권 선서식을 갖는다.

아버지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크렘린 궁에서 "우리는 미국을 매장해버릴 것" 이라고 선언한 후 40년이 흐른 지금 아들 세르게이 흐루시초프는 '미국의 새시민' 이 되기 위해 성조기와 미국 국민 앞에 서게 된 것. 흐루시초프가 당서기장 재직시절 세르게이는 로켓과 컴퓨터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지와 회견을 갖고 "미국에 사는 이상 철저히 미국시민이 돼야 할 의무가 있다" 고 강조했다.

당서기장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의 후광 없이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으며 71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달라진 것이라곤 전화도청이 없어진 것뿐이라고 회상하는 세르게이. 그는 미국시민권 획득을 아버지와 연결짓는 주위 사람에게 이 한마디로 일갈했다.

"정치적 인물의 사상은 그 시대에서 이해돼야 한다. 아버지 시대의 관념을 현재로 옮길 수는 없다. 그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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