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가문 소장 자료, 한국에 남겨두고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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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원한광 박사(右)가 자료들을 연세대에 기증한 뒤 정창영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기증하는 자료들은 모두 한국과 관련된 것이지요. 떠나는 마당에 당연히 이곳에 두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4대에 걸쳐 한국에 봉사한 언더우드 가문의 4세인 원한광(미국명 호러스 호튼 언더우드.61)박사가 오는 11월 출국(본지 5월 14일자 1면)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언더우드 가문이 소장한 문헌 자료들을 연세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기증한 자료는 ▶언더우드 가문 관련 자료 ▶고(故) 원일한 박사 재직 50년 동안 연세대의 국제교류 관련 자료▶원일한 박사의 편지.수필.일기 등 42개 상자 분량의 문서다. 또 헐버트 선교사가 1906년 저술한 '대한제국멸망사(The passing of Korea)' 영문본, 1902년 출간된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COREA:The Hermit Nation)' 영문본, 1881년 프랑스 신부들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불어로 출간한 '한국어 문법(Grammaire Coreenne)' 등 구한말 외국인 선교사의 눈으로 본 한국문화.정치 관련 서적 등 1500여권 분량의 서적도 함께 기증했다.

원 박사는 "선친인 원일한 박사께서 생전에 '가족 관련 문헌만 남기고 모두 연세대에 기증하자'고 항상 이야기했다"며 "이 자료들이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기증된 자료들은 연세대 중앙도서관 귀중본 열람실에 보관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현재 자료 분류 작업 중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료들은 연세대의 과거 모습뿐 아니라 한국의 전반적 시대 상황과 사회 모습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언더우드 가문은 1대인 원두우 박사가 선교사로 한국에 온 뒤 2대 원한경 박사를 거쳐 지난 1월 별세한 3대 원일한 박사, 그리고 그의 장남인 원한광 박사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한국에 봉사했다.

원 박사는 지난 5월 "증조 할아버지(원두우)가 한국에 오면서 꿈꿨던 것들이 거의 다 이뤄졌다"면서 오는 11월 38년 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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