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호를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건·사고의 경우 갑자기 또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가 있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들이 상상하지 못할 놀라운 일들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데도 현재는 이를 감지하지 못해 불안해하거나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갈망이 간절해 오감과 심성이 민감해져 있다면 비록 작은 소리, 희미한 불빛일지라도 우리는 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투자자문회사인 골드먼삭스가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보고서(Global Economics Paper)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하필이면 왜 ‘미래의 코리아’에 대해 이렇게 낙관하는 것일까. 이번(No:188)만이 아니다. 2년 전인 2007년 8월 골드먼삭스는 세계의 중간 규모 국가 가운데 가능성이 보이는 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 등 11개 국가를 골라 미래를 전망한 보고서(No:153)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2050년에 개인소득이 6만 달러 이상의 ‘부자 클럽’에 속할 나라는 현재의 주요 선진 7개국(G7)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놀라운 것은 이 가운데 한국이 연 9만 달러의 개인소득으로 이 부자클럽에서 미국 다음으로 둘째가 된다는 것이다. 그때는 영국·독일·캐나다·프랑스·일본보다 우리가 더 잘사는 나라가 된다. 2년 전의 이 발표 역시 한 경제지에서만 작게 취급했을 뿐이다. 우리 정부가 국가홍보를 위해, 국민사기 진작을 위해 특별히 힘을 쓴 것도 아닌데 골드먼삭스는 이런 보고서를 두 번씩이나 발표하고 있다.
신호를 방해하는 것은 소음이다. 소음이 커지면 신호음은 들리지 않거나 묻히게 된다. 우리 언론들이 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즈음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소음 때문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신호를 듣지 못한다. 이 나라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누구의 힘이 컸는가.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세계적인 기업 덕분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이 가장 욕을 먹고 평가받지 못하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한국이다. 그 진원지는 민주노총이다. 그곳에 공무원들이 가세를 한다니 정말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지금 이력서를 100군데 내고도 취직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수십만인데 이런 정신 빠진 공무원들은 내쫓고 젊은이들을 대신 취업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소음은 북한 핵이다. 골드먼삭스가 보내는 신호의 핵심은 바로 ‘북한이 먼저 변하고 남북이 협력하면 다음 세대에는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된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핵이라는 소음 때문에 남북관계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신호를 먼저 들어야 할 쪽은 물론 북한 지도부다. 남쪽 역시 소음에만 몰두해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소음이란 언제나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앞이 어두울지라도 2050년이 보내오는 신호를 좇아 우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창극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