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나자프 군사 작전 "이란 공격 전초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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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나자프 사태가 제2차 이란.이라크 전쟁의 전초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범아랍 최대 일간지 알하야트는 22일 최근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에서 20일째 계속되고 있는 무력충돌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과의 전쟁을 예고한다고 설명했다.

◇ 대이란 전쟁 축소판=신문은 "시아파의 성소인 이맘 알리 사원을 장악하고 있는 마흐디군 소탕작전의 현재 모습은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대(對)이란 전쟁의 축소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할 경우 나자프 사태와 같은 형국이 되리라는 것이다. 최근 나자프를 둘러싼 군사작전은 전형적인 미국의 전쟁 수행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전폭기를 동원해 적의 심장부를 대대적으로 폭격한 뒤 지상병력으로 주변을 포위해 항복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이란은 자국을 지지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들을 동원, 미군을 배후에서 괴롭히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결국 제2차 이라크-이란 전쟁은 화력이 우세한 미군과 이라크군이 이란군 및 이란을 지지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들과 교전을 벌이는 이중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 중동정책 바뀐다=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아랍 전문가들의 우려는 오는 11월 대선 이후 미국이 '단기적' 대중동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재집권한 부시 행정부나 혹은 신임 민주당 정부도 이란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라크를 군사거점으로 점령한 미국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 이라크군과 함께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중동질서를 친미 쪽으로 개편하기 위해 이란을 어떤 식으로든 굴복시켜야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 이란의 강경반응=이라크의 나자프 사태를 지켜보는 이란 정부는 최근 노골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주 사거리 1300km의 샤합-3 중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이스라엘이 선제공격하면 이스라엘 핵시설을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국방부 장관은 또 중동 내 미군 거점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가 계속해 이란이 이라크 내 무장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이 초래할 결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전장(戰場)을 이라크 영내에 국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알하야트는 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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