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내년 한국 개최 … 해외 언론·전문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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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언론은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되고 한국이 개최지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신흥국들이 경제력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국제경제 문제를 조정하는 회의를 G8에서 G20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이는 선진 부국에서 신흥국가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G20은 세계적인 경제 상설기구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신화통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선진국들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개최지 선정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신화통신은 “국제금융 구도에서의 권력관계 변화를 의미하는 중대한 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 AFP는 “내년 G20 회의에서 앞으로 어느 나라가 G20에 참여하고, 얼마나 자주 개최할지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가 향후 운영 방향을 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의 전문가도 그간 G8 체제가 세계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며, 국제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성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G20 회의 개최는 그간의 경제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젠 역동적인 신흥국들 없이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G7, G8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이 커졌으며 정치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금융위기가 (G20의 등장을) 수년 정도 앞당기도록 한 것”이라고 평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콜린 브래드퍼드 선임연구원도 “G7, G8 위주로 운영하면서 발생한 글로벌 리더십 공백이 메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앞으로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 G20의 합의 내용을 각국이 제대로 이행할지 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G20의 결정은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것”이라며 “앞으로 G20 스스로 가치와 정통성을 입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 피터 모리시 교수도 “법적인 제재 수단 없이 결정된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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