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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선택 아닌 필수” 관련 학과 30년 새 1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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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문학 관련 학과에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몰아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대학의 중국 관련 학과의 변신도 시작됐다. 그동안 쌓아온 문학·어학·지역학을 아우르면서 ‘국제화 엔진’을 달고 있는 것이다. 제3의 중국 열기다.

이러한 ‘차이나 피버(中國熱)’는 세계적인 추세다. 상하이(上海)에 위치한 중국·유럽 국제공상학원(中歐國際工商學院·CEIBS)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데본 A 닉슨(26)은 “중국은 어느 국가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그의 큰할아버지는 1972년 ‘죽(竹)의 장막’을 열어 젖힌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닉슨이 다니는 학교는 올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MBA 평가에서 8위를 차지했다.

◆중어중문과의 과거·현재=78년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국의 중국 관련학과는 11개에 불과했다. 당시는 중국 시와 고전소설 중심의 중문학 교육 위주였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 어학와 지역학을 중심으로 한 중국 관련 학과 설립과 교과과정 개편 붐이 일었다. 제2의 물결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한국의 중국학이 어문학에서 시작했다면 서구 대학의 중국 연구는 선교사들이 기반을 닦은 ‘시놀로지(Sinology·중국학)’에 뿌리를 둔다. 미국 하버드대는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 학과에서 중국어문학을 가르친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보면 중국어·문학 계열에 65개 명칭의 학과와 전공이 몰려있다. 관광중국어과부터 중국어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비롯해 한중정보문화학과까지 중국이 들어간 이름이 망라돼 있다. 현재 119개 대학에 134개 관련 학과가 있다. 전국 대학의 영문과 숫자를 넘어선 지 오래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론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있다. 백화점식 교육 과정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1세대 한국 중문학은 학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국이 공산혁명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전통을 파괴·경시하는 동안 한국의 중문학은 꾸준히 계승 발전했다. 하지만 한글전용론이 대세를 이루며 한자 교육이 약화됐다. 반면 중국에서는 국학열(國學熱)이 새롭게 끓어올랐다. 한국 중문학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다.

◆중어중문과의 변화=취업 시장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졸업생들의 취업 문도 좁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철수가 본격화되면서 갈 곳을 잃은 주재원들이 중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중문과 재학생이나 수험생들은 앞으로 중국 학생들과 경쟁해 중국 기업으로의 취업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 취업 기회를 못 찾은 중문과 졸업생들은 중국 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경희대 윤우섭 외국어대학장은 “중국 관련 학과의 르네상스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될 때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현재 전남 무안에 조성 중인 한·중 국제산업단지에서 중문과 졸업생들이 출로를 찾아야 한다며 정책적 배려를 촉구했다. 물론 쌍용차 때와는 달리 중국 기업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중국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고 만만하게 보는 ‘이웃증후군’도 버려야 할 과제다.

중문과에 대한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인하대 민정기(41) 중국어중국학전공 주임교수는 “유행에 따라 목적의식 없이 진학했다가 졸업 후 낭패를 보는 모범생들이 적지 않다”며 “중국 관련 학과 인기의 허상과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세대 김현철(46) 중어중문학과 학과장은 “한국의 중국 관련 학과는 포화 상태”라며 “외적인 다양성보다는 내실을 다져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힘쓸 때”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평가했나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은 올 4월 중국어문학연구회(회장 조희무)의 중어중문학과 평가 의뢰를 받아들여 자문단(5인)을 구성했다. 자문단은 평가팀에 ▶교육 내용(전임교수 확보율, 교수당 학생 수, 장학금 환원율, 원어강의 비율, 학과 활동지원 현황, 교환학생 비율) ▶교수 연구 및 학술 활동(교수당 논문 수, 교수당 단행본 발간 수, 학술 활동) 등의 평가 지표를 제안했다. 평가팀은 대학들의 자발적인 평가 참여에 따라 대상 대학 17곳(설립 20년 이상, 전임교수 5인 이상)을 선정했다. 분야는 중어중문학·중국학 두 종류로 분류해 각 학과의 우수한 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사를 했다. 평판도 조사는 본지 여론조사팀이 했다.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팀장·본지 교육개발연구소장)·신경진(본지 중국연구소 연구원) 기자, 강혜란
박현영·이진주 기자, 유지연·어혜원·우호진·이하늘 연구원 webmaster@jedi.re.kr

◆ 자문단

강혜근(충남대), 김현철(연세대), 배재석(경희대), 이준희(경주대) 임승배(원광대) 교수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www.jedi.re.kr)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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