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참사 관련 美거주 인터넷 독자 분노의 E메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우리나라 캠프라는 것이 무슨 서바이벌 게임하는 곳도 아닐테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

유치원 원아 화재참사 보도를 중앙일보 인터넷신문에서 본 미국 뉴욕주 알바니시 독자 조영철 (35.뉴욕주 보건국 워즈워스센터 연구원) 씨는 지난 1, 2일 두차례 본사로 E메일을 보내 "어떻게 어린애들을 그런 곳에서 단체로 재울 수 있느냐" 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내 여섯살짜리 큰아이 민홍 (길더랜드타운 유치원) 이도 지금 여름캠프에 다니고 있어 화재로 변을 당한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며 뉴욕주 보건국이 규정한 '캠프 안전규정' 을 첨부해 보냈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알리고 싶다는 취지였다.

민홍이가 있는 캠프는 길더랜드타운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8명이 한 클라스를 이뤄 담당 교사 1명이 맡고 있다고 한다.

밤에 잠잘 때는 교사 2명이 함께 잠을 자는데 이중 한사람은 반드시 깨어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어 소망유치원처럼 교사들이 아이들을 두고 술자리를 갖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

또 캠프는 1년에 두차례 뉴욕주 보건국 직원으로부터 점검을 받아야 하며 이중 한번은 반드시 캠프 운영기간 중 받도록 돼있어 전기.화재점검이 허술한 우리 경우와 대조된다.

또 캠프 운영차량의 경우 사고 때 비상 탈출구가 7개, 숙박실 역시 반드시 단층건물에 있어야 하며 비상탈출구는 방마다 2개씩 갖춰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도 있다.

캠프 운영자는 반드시 직원들의 과거 경력 (범죄.아동 학대) 을 점검하도록 돼있을 뿐 아니라 부모들이 캠프를 방문, 시설이나 운영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토록 규정된 것도 특징. 그는 아이들 역시 학교에 입학하면 첫 수업이 화재 때 대피요령이 담긴 만화책을 통해 대피수업을 받기 때문에 우리처럼 우왕좌왕하는 일도 적다는 것도 소개했다.

96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포스트 박사과정으로 뉴욕주립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조씨는 "사고가 난 뒤 미국 동료들에게 '캠프 안전' 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들이 캠프시설을 미리 점검하고 다른 친구들과 상의해 선택하기 때문에 보낸 후엔 걱정하지 않는다' 는 답변을 들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