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 사계] 11시가 두려운 인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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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라오바이싱 (老百姓.일반인) 들은 오전 11시가 무섭다' . 최근 중국언론을 대표하는 인민일보 (人民日報) 엔 묘한 제목의 칼럼 하나가 실렸다.

밤 12시처럼 무슨 귀신 나온다는 시각도 아니고 훤한 오전 11시가 두렵다니 무슨 까닭일까. 인민일보의 설명을 들어보자. '따르르릉…' .중국의 한 직장에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 직장의 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상급기관으로부터의 전화다.

내용인즉 오전 11시를 전후해 감독을 나갈 것이란 친절한 안내성 사전 통보다.

수화기를 놓자마자 하급직장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것은 수검준비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접대준비로 바쁜 것이다.

상급기관의 감독자들이 11시에 도착, 한바퀴 둘러보면 중국인들의 보통 점심 시작 시간인 11시30분 전후가 된다.

이날 수검의 승패는 바로 이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어떻게 감독기관 직원들의 입맛을 맞추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점심 접대가 훌륭하면 만사가 오케이다.

그러나 그 반대일 경우 사사건건 트집을 잡혀 경을 칠 것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이들이 돌아갈 때 들려 보낼 담배나 술 준비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사항이다.

최근 중국내에선 이와 관련, 기묘한 유행어마저 퍼지고 있다.

'좋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치고 제 돈으로 산 자가 없으며 좋은 담배를 사는 사람치고 제가 피우는 자가 없다' 는 말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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