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태풍…달라진 야구장 신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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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타고투저의 바람이 휩쓸고 있는 99년 프로야구. 무더기로 깨지고 있는 타격기록처럼 야구장 풍속도도 변했다. 방어율이 지난해 4.08에서 4.95로 늘어나고 경기당 홈런이 1.9개에서 2.4개, 타율이 0.258에서 0.275로 바뀐 올시즌 달라진 경기장 분위기.

[증오]

10 - 5로 앞서고 있는 팀의 8회 공격. 1루 주자는 2루에 도루한 후 다음 타자의 번트로 3루까지 진루해 득점에 성공한다. 상대팀에서는 "야구는 큰 점수차로 앞설 때 상대팀을 자극하는 작전을 펴지 않는다" 며 흥분한다.

반면 이기는 팀은 "언제 역전될지 모르는데 무슨 소리" 라며 코웃음친다. 다음 타자에 빈볼이 날아가고 두팀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된다. 이날 당한 감독은 다음 경기때 9회말 7점차로 앞섰어도 약을 올리는 작전을 건다. 올시즌 몸 맞는공으로 지난해 경기당 0.89개에서 1.26개로 늘었다.

[불신]

"3연속 안타를 맞았으니 이제 그만 던져라" 는 감독과 "마무리투수 때문에 날린 승수가 몇승인데 내가 왜 내려가느냐" 는 선발투수간의 마운드 승강이. 감독은 투수라는 직업 자체를 불신하고 선발투수는 소방수를 믿지 못한다.

LG.두산.롯데 등 구장이 큰 팀 감독들은 "홈런을 의식하고 펜스거리가 짧은 경기장에 등판하지 않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투수들이 생겼다" 고 의심하고 있다.

[소비]

홈런과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파울이 많아지면서 경기당 공 소비량이 약 20% 늘었다. 지난해 약 85개에서 올해는 약 1백5개. 공 제작업체는 손으로 만드는 공을 대기 위해 야근을 대폭 늘렸고 구단은 경기당 약 6만원의 추가 지출을 하고 있다.

각 구단은 지난해 3시간1분에서 10분 가량 경기시간이 늘면서 선수들의 간식을 늘려야 했고 경기장 상인들은 "관중들의 먹성도 늘었다" 며 희색. 타자들은 올라간 타율만큼 방망이값이 늘어났다.

"나도 승리투수. " 폭죽처럼 터져나오는 안타때문에 누가 승리투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미들맨이 우연히 승리를 챙기는 경우가 속출한다. 양팀 모두 선발진이 무너져 주로 2군에서 활동하던 선수가 맞대결하는 경우 생애 처음 1군 승리를 따내는 '인간승리' 도 흔해졌다. 3할 타자들이 많아지자 "내가 가르쳤다" 며 어깨에 힘주는 타격코치도 늘었다.

성호준 기자

◇ 주말의 프로야구 (3일 오후 6시30분.4일 오후 2시)

쌍방울 - L G <잠실>

한 화 - 롯 데 <사직>

삼 성 - 현 대 <수원.4일 더블헤더>

두 산 - 해 태 <광주>

◇ TV중계

<3일> 삼성 - 현대 (스포츠TV)

<4일> 삼성 - 현대 더블헤더 1차전 (MBC) 더블헤더 2차전 (스포츠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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