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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영어로 의사표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 요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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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14면

1979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배재근 대표는 제일기획에서 프로모션 본부장, 미디어본부장을 거쳐 2009년 크레듀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신인섭 기자

취업 시즌을 맞아 오픽(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OPIc), TOEIC Speaking 등 영어 말하기 시험 수험자가 폭증하고 있다. 영어 말하기 시험 점수 제출을 요구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픽의 경우 9월 응시자 수가 4만 명에 달한다. 오픽은 ㈜크레듀가 세계 3대 시험 평가 전문기관인 미국외국어교육협의회(ACTFL) 및 그 시행사인 LTI(Language Testing International)와 공동 개발한 말하기 시험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크레듀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e-러닝(전자학습·e-learning) 분야에서 국내 선두 기업이다. 2000개 이상의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크레듀의 배재근(54) 대표를 23일 서울 순화동에 있는 사장 사무실에서 만나 e-러닝과 오픽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그는 오픽이 영어와 관련된 학생·학부모·기업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국내 e-러닝 선두기업 크레듀, 배재근 대표이사

-e-러닝이 필요한 이유는.
“예전에는 입사 후 2~3년 동안 실무를 배우고 나면 재교육이 평생 거의 필요 없었다. 이제는 직무 능력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일하는 방법이 바뀌면 해당 업무를 초보자 단계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의 종류가 다양화됐고 학습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많은 사람을 한 장소에 모으기가 힘들다. 업무에도 방해가 된다. 그래서 e-러닝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과정의 40% 정도는 기업 내 전문가들과 공동 개발한다. 각 회사에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들의 지식을 회사 전체에 전파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는 교육공학적 설계에 따른 교육 과정을 개발해 경험과 학습으로 축적된 사내 전문가들의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를 공유 가능한 형식지(形式知·explicit Knowledge)로 전환한다.”

-기업은 대학이 산업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한다.
“몇 개 대학과 협정을 맺어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과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 학점을 인정받게 하는 것이다. 성균관대와는 iMBA 과정을 만들었다. 대학과 기업에 공통적으로 유용한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수강료 부담이 문제다. 오픽 과정도 대학에 제공하고 있다.”

-오픽(OPIc)을 개발한 이유는.
“시장이 영어 말하기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제일 아쉬운 것은 영어로 충분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제 기업체들은 ‘우리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다. 영어 말하기가 능숙한 인재를 뽑기 위해 영어 면접시험을 보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평가하는 게 쉽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면접관 수도 부족하다. 입사 지원서류에 기입하기 위해 어학 연수를 가기도 하는데 비용이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다.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어학연수 여부가 아니라 일정 등급 이상의 오픽, TOEIC Speaking 등 영어 말하기 시험 등급을 요구하면 사회적 비용이 줄고 학생들이 휴학까지 해 가며 어학연수를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픽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업에서 오픽을 도입한 지 3년 정도 됐다. 사원들이 받은 오픽 등급이 실제 영어 말하기 능숙도와 일치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IH(Intermediate-High·中級의 上)이면 영어로 업무에 필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고급(Advanced)이 되면 더 이상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현재 오픽 등급 통계를 보면 고급이 2%, IH가 6~7% 정도 된다. 그 이하는 영어권에서 일상생활은 할 수 있지만 영어로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미흡하다. 국제 비즈니스에서 계약 체결 시 갑(甲)이 있고 을(乙)이 있다. 갑보다는 을의 수익률이 높다. 갑은 IM(Intermediate-Mid·中級의 中)으로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을은 IH 수준의 영어는 확보해야 한다.”

-수험자의 90%가 영어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비관적인 결과다.
“IH 등급자가 앞으로는 많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학생들이 점차 영어 말하기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와 협력 관계에 있는 학원 쪽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중학생도 IH가 꽤 나온다. 영어 말하기 문제는 대략 10~15년이면 해결된다고 본다. 오픽이나 TOEIC Speaking 등 영어 말하기 시험을 염두에 두고 노력을 하면 영어 걱정을 안 하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 30~40대가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도 그렇게 된다. 우리 세대는 영어 듣기와 말하기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책밖에 없었고 주변에 원어민이나 MP3도 없었다. 지금은 영어를 굉장히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문제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영어를 어디에 쓸 것인지를 알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IH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책을 보면 ‘1만 시간의 법칙(10,000-Hour Rule)이라는 게 나온다. 어떤 분야 건 1만 시간을 투입하면 그 분야의 최고봉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례를 보면 영어의 경우 1000시간 정도 학습하면 된다고 본다. 하루에 3시간씩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시험 상품도 준비 중이라는데.
“내년 상반기에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픽 주니어’ 시험이 출시된다. 미국외국어교육협의회에서 개발 중이다. 관련 강좌를 들으며 오픽 주니어를 준비하면 고교 입학과 함께 영어 고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바람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영어 고민에서 해방돼 다른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생이 되면 어학연수가 아니라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기대는 그렇다.
영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중학교 3학년 정도에는 IH 등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WPT(Writing Proficiency Test·영어 쓰기 능숙도 시험)도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기업에서 영어 말고도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오픽에 10여 개 언어를 추가할 예정이다.”

-오픽으로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아시아 전체에 대한 오픽 운영권을 갖고 있다. 오픽이 국내에서 궤도에 오르면 중국·일본·동남아 등지로 진출하려고 구상 중이다.”

-향후 e-러닝의 발전 방향은.
“e-러닝의 효과성을 개선하는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 등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로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게 추세다. 또한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드는 화려한 외양보다는 단순하면서도 학습 효과가 좋은 강좌가 대세다. 컴퓨터 사용 인구 비율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e-러닝은 평생교육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고용보험 환급제도 등 정부의 지원으로 e-러닝 부문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는 e-러닝 대상을 중소기업 직원, 미취업자, 비정규직 직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제 e-러닝은 유러닝(ubiquitous-learning)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레듀는 정부의 유비쿼터스 프로젝트에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학습관리시스템) 개발자로 참가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단말기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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