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 '10년 숙원'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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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을 통한 삼성자동차 처리는 10년을 끌어온 삼성.교보생명의 기업공개에 물꼬를 트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헌재 금감원장이 이와 관련, '삼성생명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고 나선 것은 주목된다.

생보사의 기업공개는 대주주가 사 (私) 금고로 악용하는 것을 막을 각종 감시장치가 강화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실적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주주가 차지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쉽지 않다.

강봉균 (康奉均) 재정경제부장관이 삼성생명 공개허용에 대해 "우선 주주와 보험계약자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 상장을 미뤄온 이유 = 삼성.교보생명은 지난 89, 90년 기업공개를 위해 자산재평가를 했다.

그러나 당시 증시침체를 이유로 정부가 자산재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시한을 다섯차례나 연장해주며 공개를 미루도록 했다.

이 면제시한이 ▶삼성생명은 2001년 1월말 ▶교보는 내년 3월말로 끝나 다시 시한을 연장해주지 않는 한 두 생보사는 3천억원 안팎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생보사 기업공개를 미룬 또다른 이유는 생보사의 경우 주주와 보험계약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데도 있다.

예컨대 10년전에 생보사가 고객 돈으로 산 건물을 현재가치로 재평가해 이익을 냈을 때 이를 주주 몫으로 배당할지 보험계약자 몫으로 돌려줘야 할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의 대형 보험사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보험계약자들의 부조성격인 상호회사 형태로 돼 있다.

◇ 생보사 주주의 득실 = 정부는 생보사를 상장할 때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익을 배분토록 하면 특혜시비가 일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계약자의 경우 현재 계약자도 있지만 이미 계약을 해지한 사람도 있어 이익 배분이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상당부분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장이 될 경우 주식을 언제라도 팔아 현금화할 수 있어 주가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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