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지상 백일장-6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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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 편의 시조가 예술작품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경험적 현실의 재현이 아닌 일상의 장막 뒤에 숨겨진 실체 (의미) 를 드러냄에 있다.

그 숨겨진 실체의 드러내기 전략이 시인의 주관적 상상력을 넘어 어떤 보편성을 갖추었을 때 독자와의 공감영역은 확보된다.

많은 응모작에서 한자어 남용.소재와 어휘 빈곤.구체성 빈약 등의 문제와 만난다.

그런 면에서 '원하' 고 '탐하는' 것을 고스란히 '재생' 시킬 수 있는 '구멍' 이란 욕망의 탈출구를 제시하며, 자판기커피를 마시는 과정에 내면세계를 투영한 조현선 (장원) 의 '구멍, 자판기 앞의 여자' 는 각별하다.

왕지인 (차상) 의 '창' 에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람을 안겨줄 통로로서의 '창문' 이 갖고 싶은, '이마 아픈' 고3학생의 서정이 있다.

서정교 (차하) 의 '길' 을 따라가면 어머니 손금을 완만하고 경사진 '등고선' 으로 그린 기교와 만나게 된다.

그 '등고선' 에는 인생행로의 간극을 보여주는 '자유' 와 '문신' 이 공존한다.

현실성.구체성 없는 시조는 의미를 드러내지 못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점, 시조의 시조성은 절제와 운율에서 찾을 수 있다는 기본원리를 강조한다.

기성 시조시인들의 시조집 정독을 권한다.

<심사위원 윤금초.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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