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보복테러'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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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9일 유고군의 완전철수 이후 평화가 올 것으로 기대됐던 코소보 사태가 그동안 박해받았던 알바니아계의 보복테러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프리슈티나 근교 동방정교회 소속 데카니 수도원의 사바 원장신부는 24일 교회 자체 조사 결과 유고군 퇴각 이후 지금까지 50여명의 세르비아계 주민이 목숨을 잃고 1백40여명이 납치되는 등 알바니아계에 의한 테러가 난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알바니아계의 보복을 피해 이미 10만여명의 세르비아계가 피난을 떠났고, 남은 주민들도 교회로 숨는 등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고 말했다.

AFP 등 외신들은 이날 오전 프리슈티나의 한 대학건물에서 교수 등 세르비아계 3명이 두 손이 묶인 채 온몸에 끔찍한 고문흔적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UNHCR) 은 코소보에서 인종갈등이 다시 증폭되는 조짐들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다음주중 이뤄질 예정이던 73만여명의 코소보 알바니아계 난민의 귀향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나토 사무총장은 24일 프리슈티나를 방문,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영국의 로빈 쿡 외무장관도 알바니아계에 대해 "세르비아계에 대한 증오를 접고, 학살자들에 대한 심판은 유엔과 국제기구에 맡기라" 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코소보평화유지군 (KFOR) 도 코소보해방군 (KLA) 을 비롯한 일부 알바니아계의 무장해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를 포함한 G8 (서방선진7개국+러시아) 국가들은 코소보의 행정을 맡을 유엔행정기구를 조만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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