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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손잡고 역사엔 등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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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과 중국은 과연 좋은 이웃일까'. 24일로 공식 외교관계 수립 12주년을 맞는 한.중. 수교 당시 가졌던 의문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방중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중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포했다. 그러나 최근 이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교류가 잦아지며 마찰 또한 늘어난 탓이다. 오히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양국은 수교 이래 최악의 시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빛이 밝으면='한국과의 수교는 대성공이다'. 중국 관리들의 일치된 평가다. 주로 경제 얘기다. 50여억달러이던 수교 당시의 양국 교역액이 지난해엔 632억여달러로 치솟았다. 12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의 바람대로 한국 돈이 적지 않게 중국으로 몰렸다. 지난 6월까지 한국의 대중국 투자 누계액은 232억여달러(이상 중국 통계). 외자 유치에 목마른 중국엔 단비인 셈이다. 한국도 분위기가 밝다.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132억달러의 흑자를 챙겼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이미 1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이상 한국 통계). 표정 관리가 필요할 정도다. 인적 교류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양국을 오간 사람은 250만명에 달한다.

◇ 그늘도 깊다='한국의 민족정신 배울 필요 없다'. 중국 잡지 '독자(讀者)'에 실린 글이다. 월 800만부의 이 잡지는 '금융위기 당시 한국인들의 금 모으기 운동은 협애한 민족주의의 소산'이라고 비꼬았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앞장섰던 1990년대 중반의'한국을 배우자' 열풍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한국 기업인들의 중국 종업원 구타 사건이 잇따르면서 한국에 대한 감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화가 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 중국이 보인 '한국 깎아내리기'태도에 처음 의심이 들었다. '중국이 과연 친구인가'. 그러다 중국의 고구려사 빼앗기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화약고가 됐다. 중국이 비밀리에 추진해오다 지난해 들킨 이 프로젝트는 의심과 분노를 함께 부르고 있다.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중국 위협론'이 한국에서 힘을 얻으며 중국 다시 보기가 유행 중이다.

◇ 제대로 알자='기대가 앞섰던 만큼 실망 또한 컸던 게 요즘 양국 상황이다'. 한.중 관계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상대가 듣기 싫은 이야기나 내 속내 알리기를 피하던 탐색전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상대에 대한 어설픈 이해를 접어야 한다고 한다. 대신 서로에 대한 지식을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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