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민씨집표정] 이웃들 '별일 없어야 할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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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엄마가 예쁜 선물 사가지고 온댔는데…. 우리 엄마 어디 있나요. "

21일 금강산관광 도중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민영미 (閔永美.35) 씨의 집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삼진빌라 302호에는 밤 늦도록 장남 준영 (11.성남 상원초등5) 군만 홀로 집을 지키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서울 장안평에서 양말 제조공장을 경영하는 閔씨의 남편 송준기 (宋準基.38) 씨는 오후 11시가 다 되도록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閔씨는 둘째 아들 종훈 (6) 군과 금강산 여행을 떠났기 때문.

이웃 주민 최준식 (崔準植.36) 씨는 "원래 가족 모두 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남편이 워낙 바빠 같이 갈 수 없게 됐다며 閔씨가 무척 안타까워 했다" 며 "평소 온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게 소원이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고 전했다.

아래층에 사는 심미숙 (沈美淑.32.여) 씨는 "평소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으로 이웃과도 친하게 지내던 閔씨가 북한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고 놀라워 했다.

沈씨는 또 "閔씨가 아들 학교의 학부모회 총무를 맡을 정도로 아들 사랑이 극진했다" 며 갑작스레 몰려든 취재진에 놀라 어쩔줄 몰라 하는 준영군을 달래며 무사 귀환을 빌기도 했다.

한편 충남 조치원에 사는 閔씨의 오빠 영욱 (永昱.46) 씨도 이날 오후 10시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빨리 준영 아빠와 연락이 돼야 할텐데 큰일" 이라고 걱정하는 등 밤새도록 친지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7남3녀중 둘째딸인 閔씨는 충북 청원이 고향으로 고교 졸업뒤 87년 宋씨와 결혼,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 남편 宋씨는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업체에 다니다 97년말 IMF사태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지난해초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양말 제조공장을 차렸다.

이들 네 가족은 방 두개에 실평수 18평짜리 빌라를 3천3백만원에 전세든 뒤 작은 행복을 키워 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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