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日 가나모토 김관중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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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본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35년 연속흑자를 이뤄낸 재일교포 기업이 있어 화제다.

교포기업 중 유일하게 도쿄 (東京)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돼있는 ㈜가나모토. 사장인 김관중 (金寬中.53) 씨의 명함에는 일본식 이름인 가나모토 간츄 (金本寬中)가 적혀 있지만 그의 국적은 한국이다.

본적은 전라남도. 30년대 홋카이도 (北海道) 에서 탄광노무자로 일하다 철강판매상을 세워 현지에 정착한 창업자 김용욱 (金容旭.63년 작고) 씨의 9남중 8남이다.

가나모토는 건설장비.정보통신기기 렌탈회사로 일본내 업계 3위. 포항제철로부터 철강을 수입, 판매하기도 한다. 본사가 삿포로 (札幌)에 있는 지방기업이면서도 전국 1백3개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5백80억엔 (약5천8백억원) 의 매출과 19억엔의 순익을 올렸으며, 올해 순익은 16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金사장의 경영원칙은 차입을 가급적 줄이고 보유현금의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 또 채산이 맞지 않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해왔다.

金사장은 영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자금.기획을 주로 챙긴다. 특히 가나모토를 국제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한두번씩은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을 방문해 기업설명회를 갖는다.

94년에는 스위스에서 1억6천만 스위스프랑 (약1천3백억원) 의 채권도 발행했다. 73년 입사한 金사장은 81년 임원이 돼 96년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 형인 태중 (太中.70.2남) 씨와 함께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그러나 창업자의 직계이면서도 가족경영체제를 벗어나는데 주력해왔다. 15년전 매출액이 1백억엔을 넘자 더이상 가족경영으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형제들과 합의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고 증시에 상장시켜 기업규모를 키웠다.

그는 "가나모토는 이미 오너경영 체제를 벗어났다" 며 "金씨 성을 가진 사장은 내가 마지막일 것" 이라고 말했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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