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박순용 회장 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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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축협 조합장들이 임시총회를 열어 박순용 (朴順龍) 중앙회장을 전격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합장 투표로 뽑힌 중앙회장이 다시 투표로 해임된 것은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더군다나 이는 농.축협 중앙회 통합을 포함한 정부의 협동조합 개혁 방안에 대한 반발로 이뤄진 것이라 앞으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축협 노동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장이 협동조합 개혁과 관련해 조합장들의 의사에 반해 행동했으며 직원 통솔에도 문제가 있어 해임을 제안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림부측은 "정부의 협동조합 개혁법안은 이미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됐다" 면서 "축협측을 최대한 설득시켜 나가겠다" 고 말했다.

◇ 사태의 발단 = 축협은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朴회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 1백93개 조합장 가운데 1백75명이 참석했으며 이중 1백20명이 '찬성' 표를 던졌다.

축협법에는 총원 3분의 2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취임한 朴회장은 4년 임기 중 1년도 못채우고 중도하차하게 됐다.

보궐선거는 다음달 9일 치러지며 그때까지 경제사업담당 이범섭 (李範涉.59)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된다.

◇ 왜 이러나 = 농림부의 '협동조합 통합안' 에 대한 강력한 반발의 표시다.

정부는 ▶농.축.임협을 합쳐 '농업인협동조합' 으로 개편하고 ▶축산분야 대표는 축협 조합장 대표로 구성되는 심의기구에서 추천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확정, 국회로 보냈다.

그러나 축협 비상위는 ^통합 중앙회 명칭을 '농축산업협동조합 중앙회' 로 해달라는 등의 조건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합원들은 "협동조합 통합 작업은 모두 정부의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朴회장이 조합이 아닌 정부 편을 들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불만이 쌓이면서 일부 노조원들이 회장실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회장 출근을 저지하는 등의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 전망 = 보궐선거에서 정부안에 반대하는 회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커 통합안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협동조합들이 국회를 대상으로 총력전을 펼 경우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양재찬.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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