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천재의 두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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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만년을 프린스턴에서 보낸 아인슈타인이 1955년 죽을 때 검시를 맡았던 병리의 (病理醫) 토머스 하비는 유족의 허락을 받아 망자의 뇌를 떼어내 보관했다.

그는 이 뇌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사진을 찍은 뒤 2백40개의 조각으로 잘라 보관하다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그 뇌의 특징에서 확인하려 애쓴 과학자들이 여럿 있지만 아직까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 나온 의학잡지 '란세트' 에 실린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샌드라 와이텔슨 박사의 연구성과가 특이한 주목을 끌고 있다.

와이텔슨 연구팀은 특출한 사람들의 뇌만을 모아 연구하는 다른 두뇌연구소들과 달리 보통사람들의 뇌를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성과를 이뤄내 왔다.

3년 전 하비 박사가 외이텔슨에게 아인슈타인 뇌의 연구를 제안하고 자료를 제공한 것은 이 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보통사람 91인의 뇌와 비교한 결과 연구팀은 두 가지 특이점을 확인했다.

하두정엽 (下頭頂葉) 이란 뇌의 부분이 보통사람보다 15% 가량 넓다는 점과 이 부분을 다른 부분과 구획하는 외측구 (外側溝) 란 이름의 굵은 주름이 아주 희미하다는 점이다.

뇌의 다른 부분들이 조금씩 작아서 뇌의 전체 크기는 보통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뇌의 크기와 지능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흔히 믿어져 왔다.

다른 종류의 포유동물을 비교해 봐도 뇌가 클수록 대개 지능이 높고, 고인류 (古人類) 의 화석을 비교해도 진화수준에 따라 두개골이 커져 왔다.

그러나 이 관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수만년 전에 멸종된 크로마뇽인의 두개골은 현생인류보다 컸고, 유인원의 여러 종류 사이에도 이 관계가 꼭 맞지 않는다.

머리가 크다고 꼭 똑똑한 것은 아니다.

크기보다 내부구조에서 더 중요한 열쇠를 찾는 것이 외이텔슨 팀의 제안이다.

외측구가 작아서 인접한 부분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다든가, 하두정엽이 넓어서 그곳이 맡는 특정한 두뇌기능이 강력하다든가 하는 점들이다.

뇌의 형태와 기능을 관련짓는 이런 가설은 살아있는 사람의 단층촬영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므로 활발한 연구가 기대된다.

미인이 되는 성형수술처럼 천재가 되는 두뇌수술이 미래에는 유행할까. 나는 피카소 같은 예술가 두뇌로 해주세요, 나는 에디슨 같은 발명가 두뇌로 부탁해요 하고. 그러나 주문 전에 천재들의 약점도 철저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만 세 살에야 겨우 말을 배운 아인슈타인은 평생 말주변이 없었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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