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무력도발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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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해상 남북한 군사대치는 끝내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북한 어뢰정이 우리측 고속정에 선제공격을 가하자 우리 해군이 즉각 응전함으로써 10분간 교전을 벌였다.

꽃게잡이 어선 보호라는 모양새로 남하했던 북의 침범이 교전상황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우리는 북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그것이 선제공격을 통한 무력도발이라는 점을 중시하면서 북한당국의 경거망동한 도발행위를 엄중히 항의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

지금 북한이 노리는 바는 겉으로는 북방한계선을 트집잡아 이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나아가 유엔사.휴전협정을 무효화시키면서 북.미 평화협정을 맺자는 속셈인 듯하다.

장성급 회담을 약속해 놓고 회담 몇시간 전에 선제공격을 한 것이나 적반하장 (賊反荷杖) 격으로 우리측에 사죄를 요구하고 '천배백배의 보복' 운운하는 억지 속에서 이미 그 속뜻이 드러나고 있다.

만약 이런 속셈이라면 이는 처음부터 잘못된 전술이다.

문제의 빌미로 선택한 북방한계선은 이미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상 남북간 군사분계선이다.

여러 차례 우리가 지적했듯 협상이나 논의의 여지가 없는 지역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든, 국제법이나 현실적 상황에 따르든 이 한계선을 지키지 않고서는 남북간 긴장완화는 유지할 수 없게 돼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측이 계속 북방한계선을 무시하고 선제공격까지 감행한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무력도발 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북이 계속 무력도발도 사양치 않는다면 우리 또한 여기서 한발도 물러 설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햇볕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북과의 화해나 교류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 출발한다.

안보와 교류.협력은 병행적인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무시하고 선제공격까지 감행하는 북에 비료를 보내고 차관급 회담을 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일 뿐이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어떤 회담이나 협상에서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햇볕정책 때문에 군사분계선을 허물었다는 과오를 남겨서는 안된다.

북한당국 또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어딘가의 꼬투리를 잡아 분쟁 소지를 마련하고 이를 빌미로 뭔가 또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실리정책을 취할 속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 또한 북한이 그동안 너무나 흔하게 써온 수법이어서 우리 국민 누구나 들여다보는 속보이는 처사다.

진실로 북한이 긴장을 해소하고 상생적 발전을 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과 같은 무력도발 사태는 김대중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이 설 땅을 좁히면서 북에 돌아갈 경제협력을 북이 스스로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쪽의 북한 돕기나 비료.식량 보내기 운동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화해와 협력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보자는 국민적 공감대도 단숨에 냉각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솔직히 과오를 시인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이성적 자세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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