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극무대에 한국인 첫발…'에콜 플로랑' 이정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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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인이 프랑스 연극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파리 소재 연기전문학교인 '에콜 플로랑' 에 재학 중인 이정은 (李姃恩.31) 씨가 지난 8일 파리 시내 데자제 극장에서 공연된 '세 자매' (안톤 체호프 원작)에 출연했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가르니에 극단이 무대에 올린 이 연극에서 李씨는 세 자매의 보모인 안 피사 역 (役) 을 맡아 깔끔하게 소화해 냈는데 한국인이 프랑스 일반관객을 상대로 프랑스어로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이 극단에 소속돼 있는 李씨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프랑스 연극무대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에콜 플로랑' 은 프랑스의 대표적 연기전문학교 가운데 하나로 李씨는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장학생 특별과정인 '클라스 리브르' 에 선발돼 학비 전액을 지원받으며 전문적 연기수업을 받아왔다.

9백명의 재학생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매년 선발된 20명으로 구성되는 '클라스 리브르' 는 이자벨 아자니.소피 마르소.크리스토퍼 랑베르 같은 호화 스타를 배출한 프랑스 연기자의 대표적 등용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연극.영화배우의 80%가 이 과정 출신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던 李씨는 대학 2학년 때인 지난 89년 프랑스로 건너와 여러 학교를 거치며 연기수업을 쌓아왔다.

李씨는 "고된 발성연습을 통해 언어적 문제를 극복했다" 고 밝히고 "프랑스 무대활동을 위해서는 동양인이라는 불리함을 역으로 이용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고 말했다.

프랑스의 외국배우 전문 매니저인 마리 클로드 고동과 이미 계약을 한 李씨는 연극활동과 병행, CF모델과 영화배우로도 활동할 생각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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