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청와대비서관, 명예퇴직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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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 1급비서관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정부가 요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는 재벌개혁을 맡아왔고, '장관감' 으로 꼽힐 만큼 능력도 인정받던 사람이어서 주변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최근 명퇴를 신청한 이윤재 (李允宰.49) 재정경제비서관은 서울대법대 졸업반때 행정고시 11회에 합격,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동기생들 가운데 줄곧 선두를 달려왔다.

그가 맡았던 기획원 예산총괄과장.재경원 경제정책국장이라면 요직중에서도 요직. 한승수 (韓昇洙).강경식 (姜慶植) 씨 등 역대 장관들로부터 '장차 장관감' 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총애를 받았다. 경제 사안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라든지 성실성에서 후한 평점을 받았다.

그러나 대인관계에서는 다소 건조하다는 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소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다 남에게 신세지길 꺼리는 성향 때문이었다. 그래서 능력이나 철학이 부족한 사람은 상사라도 가까이 하질 않았다.

신임 이기호 (李起浩) 경제수석과는 호흡이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李수석도 다른 사람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비서관 후임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학국 (趙學國) 정책국장이 내정됐다.

퇴직 절차가 마무리될 때를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잔무를 처리중인 李비서관은 스스로를 위해 가치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하면서 환란 (換亂) 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새정부가 들어서자 사표를 내려 했으나, 당시 강봉균 (康奉均) 경제수석이 "함께 일하자" 며 만류하는 바람에 청와대로 들어갔지만 몇달전부터는 지인 (知人) 들에게 '떠날 마음' 을 내비쳐왔다.

그는 "당분간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을 가다듬겠다" 고 말하는데, 주변에서는 그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기업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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