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퍼포먼스 '포레버 탱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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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탱고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르헨티나산 뮤지컬 퍼포먼스 '포레버 탱고' 가 지난 8일 막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탱고 댄서 14명이 빚어내는 현란한 탱고춤과 여기에 라이브로 한데 어우러진 탱고 음악은 사랑과 질투.분노 등 사람의 모든 감정을 미묘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탱고는 삶, 그 자체" 라는 제작자 루이스 브라보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별빛이 촘촘하게 수놓아진 밤하늘을 배경으로 무대 뒤편에 자리잡은 11인의 탱고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최고의 탱고 스타 커플의 등장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2막 공연 가운데 1막은 주로 탱고의 역사를 훑는 장면들로 이루어진다.

지금은 남녀 커플의 춤으로만 남아 있지만 19세기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가 탄생할 당시에는 남성들 사이의 싸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창녀촌에서 한 명의 여자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총성까지 들리는 두번째 장면은 이런 탱고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어서 아르헨티나의 은밀한 탱고 사교장 핸슨 하우스 장면은 아직 정제되지 않은 탱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보듯 에로틱하면서도 우아한 탱고 댄서의 모습은 파리로 건너가 상류층의 패션으로 변한 후의 일이다.

2막에는 탱고의 기교를 마음껏 펼쳐보인다.

1막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춤들로 보는 즐거움은 한층 커진다.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빠른 발동작과 마치 공중을 날아다니는 듯한 유연한 몸놀림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동작이 발움직임에 따라 좌우되는 탱고는 파트너의 발 사이를 서로 빠르게 가로지르거나 바닥을 끄는 동작, 앞뒤로 발을 치켜드는 동작 등 몇가지 정해진 스텝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즉흥적인 동작도 많이 나온다.

진정한 탱고가 라이브 오케스트라 없이 완성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탱고의 음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악기 반도네온 (아르헨티나식 아코디온) 은 남성을 상징한다.

무대 위에 놓인 사람 크기의 거대한 반도네온을 두고 미리암과 클라우디오의 반복되는 춤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작을 예술적 단계로 승화시킨다.

11일 오후 7시30분, 12~13일 오후 3시.7시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 - 2237 - 9562.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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