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전문인력 모셔라"스카웃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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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계에 스카웃 바람이 일고 있다. 금융.유통.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 바람은 특히 경쟁 업체에서 일하고 있거나 최근 그만둔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특히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한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으로 분석했다.

가장 활발한 곳은 두산과 SK.LG 그룹. 지난해 9개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한 ㈜두산은 전사적으로 스카웃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대문의 패션전문점 두산타워를 운영하는 ㈜두산개발BG (사업그룹) 는 최근 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코리아 마케팅팀장을 지낸 배상조 (裵相祚) 씨를 이사대우로 전격 영입했다.

裵씨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마케팅부장을 맡는 등 유통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 두산의 광고대행사인 오리콤은 올2월 금강기획 전무로 있던 전희천씨 (全熙天.54) 씨를 사장으로, 제일기획의 하이트맥주 광고담당 오영곤씨 (吳永坤.52) 를 상무로 각각 영입했다.

두산은 이밖에도 4월에는 제일제당에서 근무했던 식품유통 전문가인 백승래 (白承來) 전 데이콤전무를 식품BG 사장에 영입했고 라이벌인 진로소주의 최형호 (崔炯浩) 씨를 ㈜경월에 영입했다.

SK그룹은 최근 금융사업 분야에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SK는 동원증권 전무와 동원투자신탁 대표이사를 지낸 허경 (許炅) 씨를 SK증권 전무로, 조흥증권 상무를 지낸 최명의 (崔明義) 씨를 상무로 각각 영입했다.

SK 관계자는 "주력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부문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외부 금융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고 밝혔다.

올해초 박운서 (朴雲緖) 전 한국중공업사장을 LG상사 부회장으로 영입한 LG그룹도 경쟁사 인재들 스카웃에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강원 (李康源.49) 전 기아포드할부금융사장을 구조조정본부 전무로 발탁했으며 앞으로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효성은 최근 인력관리 회사의 추천을 받아 삼성물산 이사를 지낸 박휘섭씨 (朴輝燮.47) 를 인사담당 이사로 영입했고 한국통신하이텔은 공채형식으로 최대 라이벌이던 데이콤 출신 김일환 (金日煥.46) 사장을 영입했다.

김동섭.고현곤.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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