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창 노조 의혹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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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 이후 '파업 유도'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는 조폐공사 옥천.경산조폐창 통합 문제에 대해 노조원들은 당시 통합 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등 의문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파업 이후 경산조폐창으로 소속이 바뀌었으나 아직도 양쪽 조폐창에 분산돼 근무 중인 노조원 2백50여명은 기존에 근무하던 부서와 동떨어진 공정에 배치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 16일 파업을 끝내고 경산창으로 출근했던 노조원들은 9일 본사 기자를 만나 "당시 공사측은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변변한 숙소조차 마련되지 않아 방 하나에 10여명이 묵어야 했고 옥천창의 기계는 30% 정도밖에 이전되지 않아 현업 배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고 말했다.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 金수백 (가명.35) 씨는 "경산창 부장급 간부조차 '옥천창 직원들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며 당황해 했을 정도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고 지적했다.

金씨는 또 "현업 배치가 어려워지자 공사측은 시간을 벌기 위해 노조원들에게 45일간 직무교육을 받게 했다" 고 주장하고 "경력이 20년씩이나 되는 직원들의 직무능력이 떨어져 교육을 시킨다는 공사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또 공사측이 강성 노조원의 경우 기존 담당 업무가 아닌 잡무에 배치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대의원을 지낸 趙정무 (가명.30) 씨는 "옥산창에서 한 라인의 책임자로 일하던 경력 20년 된 기술자를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조수로 배치한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경산창으로 복귀했던 직원 가운데 50여명은 파견 형식으로 옥천창으로 재배치되기도 했다.

공사측이 지난 1월 27일 우표 생산공정에 5명을 파견한 데 이어 지난 3월 수표.수입증지 공정에 12명, 4월에는 활판.자동포장기 등의 공정에 25명의 직원을 투입했다는 것.

당시 파견나와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朴정태 (가명.26) 씨는 "공사측이 옥천창에 경력직 퇴직사원 50여명을 계약직으로 채용, 검사 업무 등을 맡기기도 했다" 며 "수요가 밀려 생산을 계속해야 할 상황에서 옥천창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서둘러 경산창으로 내려보낸 것은 뭔가 사전 계획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고 말했다.

옥천 =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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