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조파괴 공작' 발언에 시민단체.민노총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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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노조파괴 공작' 발언에 대해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할 법한 악의적 작태가 민주화의 완성을 이뤘다고 자부하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버젓이 행해져 왔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민변 김도형 (金道亨) 변호사는 "검찰 공안책임자의 입에서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은 너무나 충격적" 이라며 "노동운동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 라고 규정했다.

즉 정부는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라는 덫에서 헤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나친 나머지 구조조정에 집착하게 됐고 노동자들의 반발에 대비, 효율적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김기식 (金起式) 정책실장은 "공안세력의 편견과 인권유린적 태도는 여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며 "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 구속자수가 오히려 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취한 반면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법적 책임을 가해온 그간의 행태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공안세력에 의한 조직적 대응이었음이 드러났다" 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관계자는 "IMF사태 이후 노동계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파업을 자제해 왔지만 재벌개혁은 부진한 채 노동자들에게만 칼날을 들이대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 "결국 칼을 쥔 공안 보수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가 불가피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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