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정예고] 한나라 '더 안당한다' 강경 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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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부정부패 척결' 이라는 청와대발 (發) 사정 예고를 예상했던 '국면 전환용' '정국 물타기용' 으로 평가절하하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 의원이 타깃이 되는 것도 문제려니와 사회 전체가 사정으로 위축될 경우 상당한 부담이 야당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 한나라당은 정면 대응을 일단 최선의 방책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같은 판단 아래 김태정 법무부장관 해임건과 여권의 국회 불참 등을 겨냥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여 여권의 사정 태풍에 맞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 라는 지도부의 의지는 당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7일 총재단.주요 당직자 연석회의 브리핑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야당 의원들을 사정하는 것은 YS정권에서도 흔히 있던 일" 이라며 "옷 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그늘진 구석으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 했다.

여권 성토를 위한 의원총회에서도 사정의 '기획성' 과 '불순한 의도' 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국면을 전환하려는 '짓거리' 를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안상수 (安商守.과천 - 의왕) 의원은 전날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사정과 연결시켜 맹공을 퍼부었다.

安의원은 "경륜있는 검사들은 다 내보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경륜없는 인사들을 모두 검사장에 앉혔다" 며 "이는 검찰을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기계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 고 쏘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시도하는 사정이 '옷 로비사건 등으로부터의 국민 관심 전환→여야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정치권 정화 (淨化) 를 위한 분위기 조성→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법안 통과' 라는 일련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리라 보고 있다.

'국면 전환' 을 도모하면서 정치개혁법 통과를 위한 '명분쌓기' 도 챙기는 다면 포석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사정을 위한 사정' '기획 사정' 임을 집중 부각, 사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할 참이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강력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金장관이 이끄는 검찰이 사정을 진두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는 점도 적절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金장관 옷 벗기기에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金장관의 퇴진에 초점을 맞춰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무능한 야당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李在五의원) , "이번 기회에 金장관을 물러나게 하고 여당을 때려잡지 못하면 총선 전망은 어두워진다" (李揆澤의원) , "대여 투쟁 승리의 열쇠는 金장관이 물러나느냐 안물러나느냐에 달려 있다" (盧基太의원) 등의 의총 발언은 한나라당의 金장관 사퇴 압박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느끼게 한다.

이를 관철하지 못하면 호된 사정의 칼날 앞에 자신들이 서게 된다는 위기감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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