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의제합의 의미] 실향민 14년만에 소원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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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이 21일 열릴 차관급 당국 (當局)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루기로 함에 따라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14년만에 열리게 됐다.

지난 85년 첫 실시 이후 중단됐던 고향방문단 상호교환을 비롯한 시범적 조치들이 이미 남북간 막후접촉을 통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은 " (비공개접촉에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시범조치가 상당히 논의됐다" 며 "몇달 동안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고 말했다.

실향민들에게 번번이 실망을 안겨줬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회담에 앞서 이미 상당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나타낸 것이다.

3일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서명된 합의서는 "회담의제는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상호관심사로 되는 당면문제" 로 못박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렸던 차관급 회담 의제는 '비료지원 등 상호관심사' 였다.

정부가 1년2개월 동안 공을 들인 끝에 우리 입장이 담긴 의제를 채택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를 두고 "71년 남북대화 시작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해결되지 못하던 이산가족 문제가 공식채널에 의해 실제로 해결되는 과정에 진입했다" 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당국자는 "합의서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들이 차관급 회담 테이블에서 선보일 것" 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를 생사확인→상봉→고향방문→재결합의 4단계로 풀어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서신교환을 위한 우편물 교환소의 설치와 면회소 설치, 고향방문단 교환이 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구상 중인 판문점 면회소 개설은 북한측이 기피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을 겸한 북한 장전항 면회소 건설계획도 북한측이 교통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북한이 정작 차관급 회담에 나온 뒤 합의사항을 뒤엎거나 비료지원에만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필요한 비료지원이 매년 계속될 예정이고 추가적인 농업개발지원 등이 이뤄질 계획이어서 북한측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는 못할 것으로 정보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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