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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단원 두 대가 비교…간송미술관 '금강산 그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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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711년 당시 36세의 젊은 화가 겸재 (謙齋) 정선 (鄭敾) 은 첫 금강산 유람길에 오른다.

외금강.내금강.만물상을 거쳐 해금강에 이르기까지 금강산 구비구비 여정을 담은 그의 그림 21폭에 진경 시의 대가로 꼽히던 사천 이병연과 삼연 김창흡이 시를 붙여 묶은 화첩이 바로 해악전신첩 (海嶽傳神帖) . 진경산수의 시조 격인 겸재가 화가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 부터다.

간송미술관 (관장 최완수) 이 봄 정기전시로 겸재의 '풍악내산총람' '단발령망금강산' 등과 단원 (檀園) 김홍도 (金弘道) 를 비롯한 조선후기 진경시대 금강산 그림 60여점을 모았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악전신첩은 겸재가 36년 후인 72세때 다시 금강산을 찾아 장안사. 백천동. 정양사. 만폭동. 삼일포. 총석정 등을 그린 '리메이크' 작. 36세때의 원작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13폭만 남아 있다.

그의 진경이 70대에 이르러 완숙미의 경지를 자랑했음을 떠올릴 때 매우 흥미로운 자료다.

'삼일포' 의 바위가 둥글둥글 완만한 모양으로 그려졌듯 세련되고 다듬어진 후기 양식을 엿볼 수 있다.

겸재의 금강산 그림의 우수함은 이기일원론 (理氣一元論) 으로 집약되는 조선성리학의 이치를 체화했다는 데 있다.

최완수 관장은 "바위산과 흙산, 중국 북종화의 특징인 필묘 (筆描) 와 남종화의 특징인 묵묘 (墨描) 등 서로 대립적으로만 여겨졌던 요소와 필법이 한 화면에 어우러진 게 특징" 이라며 "겸재는 음양조화의 원리를 구현하고자 한 의식있는 화가였다" 고 평가한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단원의 금강산도인 '구룡연' '비봉폭' 등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겸재와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의 한 방법. 최관장은 "단원은 진경의 이른바 '말기 세대' 로 감각적이고 세밀한 화풍을 드러낸다" 고 설명한다.

또 강관식 한성대 회화과 교수는 "겸재의 금강산이 기 (氣) 의 세계라면 단원의 금강산은 정 (情) 의 세계" 라며 "단원 그림엔 감미롭고 따뜻한 인간미가 살아있다" 고 평한다.

이밖에 심사정.이인상.이인문 등 금강산 그림 계보도에서 겸재와 단원을 잇는 화가들과 이한복.김은호 등 일제시대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금강산 여정에서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충당되지 못한 것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생 장지성 (33) 씨의 임모작 (臨摹作) 으로 꾸며졌다.

30일까지. 02 - 762 - 0442.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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