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설문] "외국인 보는 시각 많이 나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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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의 현 주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는 좋아졌고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시각도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아직 멀었고, 기업도 아직 안심하기는 불안한 요인들이 너무 많다' 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민간 부문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경제가 너무 빨리 좋아지면서 개혁 의지가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의 (AMCHAM) 회장은 "지난 한햇동안 한국이 거둔 경제개혁은 경이적이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 단계" 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본사가 EU상공회의소 (EUCCK) 와 주한미상의 (AMCHAM) 의 협조를 얻어 회원사를 대상으로 직접 실시한 것이다.

◇ 경기 회복은 예상외로 빠르다 = '경기 회복을 실제로 느끼는가' 란 질문에 '그렇다' 는 응답이 90%에 이를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실감 안 난다' 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게다가 응답자의 87%가 회복세가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의 'IMF 졸업시기' 를 늦어도 내년으로 보는 것도 그만큼 한국 경제를 낙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우려도 있다.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42%가 '대기업 자금사정이 경색될 수 있다' 는 점을 들었다. 아직 기업의 '체질' 에 대해서는 안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 민간기업 구조조정은 '좋다' , 정부는 '아직 멀었다'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부문별로 엇갈렸다. 금융.민간 기업 부문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잘됐다' 는 평가를 내렸다.

공무원.정부.공공기업.금융.민간기업 등 정부가 추진한 4대 부문가운데 '어느 곳의 구조조정이 가장 빠르냐' 는 질문에 대해 과반수 (65.7%)가 '금융부문' 을 꼽았고 다음은 민간기업 (25.7%) 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실상 개혁을 주도하는 공무원 및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강했다. 정부로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5대 재벌의 구조조정 실적에 대한 평가. 외국 기업인들은 구조조정에 가장 앞장선 곳으로 삼성을 꼽았고 이어 SK.LG.현대.대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공공 부문은 투자 대상서 뒷전 = 가장 투자하고 싶은 대상으로는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 민간기업이 53.3%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다음은 금융부문이 29.3%를 차지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기업 등 공공부문과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은 외국 기업인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실제로 '가장 매력없는 투자 대상' 으로 45.2%가 공기업을 꼽았고 사회간접자본이 32.9%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조지오 모이제 앤더슨컨설팅 전략투자이사는 "공공부문의 경우 덩치가 너무 큰데다 이익을 회수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 어느 분야가 경쟁력 있나 = 의외로 한국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을 학교 및 교육기관을 꼽았다. 이어 ▶민간기업 및 기업인 ▶법률 및 관련기관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교육기관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은 우수한 국내 인적자원과 높은 교육 수준에 대한 평가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가장 뒤떨어진 분야' 로는 ▶정치인 및 정치부분을 꼽았다. 외국인 눈에도 끝없이 정쟁 (政爭) 만 일삼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의미다. 이어 ▶공무원 및 정부.공공 부문 ▶법.제도 시행 등의 부문도 외국인 눈에는 '낙제점' 을 면치 못했다.

특히 법률 자체에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법 집행' 에 대해서는 나쁘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것이 이색적이다.

◇ 주가는 '올라갈 것'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주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 (52.1%)가 '상승' 을 점쳤다. 반대로 '낮아질 것' 이란 응답은 28.1%에 불과했다.

올 연말 주가는 대부분 8백~8백50포인트 (평균 8백32포인트) 로 점쳤다. 한편 주한 외국인 기업인들이 '가장 바람직한 수준' 으로 희망하는 환율은 1달러 = 1천1백원 안팎 (평균 1천1백16.8원) 으로 나타났다. 금리는 6.6% (평균)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응답자들은 환율이나 금리 수준보다 '안정적인 환율.금리의 운용' 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가장 힘든 일은 '부정 부패' =기본적으로 영업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반 (反) 외국인 정서가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많이 개선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도 만만찮았다. 특히 정상적인 사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부정 부패' 를 꼽았다. 또 영어 등 외국어가 익숙치않는 분위기와 ▶일관성없는 정책 ▶전문경영인 부족 등이 주요 애로점으로 지적됐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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