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앞둔 관가 이모저모] 인선내용 귀동냥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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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각을 하루 앞둔 23일 정.관가는 어수선했다.

휴일인 데도 정부 세종로.과천청사에는 평소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나와 장관 교체 등에 대비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사이를 오가며 의견을 조율하는 등 실무를 총괄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주선 (朴柱宣) 법무비서관팀만 대동하고 아예 청와대를 떠나 호텔 등지에서 작업을 진행.

○…개각의 큰 줄기는 22일 DJP회동에서 거의 다듬어졌으나 이후에도 보완을 거듭했다는 전언이다.

金실장은 DJP회동 전날인 21일 저녁 金총리를 방문, 金대통령의 구체적 인선계획을 설명하는 등 대체적 협의를 마쳤고, 22일 회동에서 최종합의가 이뤄졌지만 원체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

"몇달 더 장관업무를 해야 한다" 며 현안사업들을 제시한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요청을 무시한 것도 의원 겸직 장관은 복귀시킨다는 DJP간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지분과 관계없이 전문성을 우선한다는 원칙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는 후문.

이후 金총리는 金대통령이 그의 구상대로 인선하도록 비켜선 듯한 자세를 취했다는 후문인데, 金총리는 23일 오전 골프를 한 뒤 공관에 머물며 외부인 접촉을 피했다.

金대통령은 철저한 보안지시와 함께 金실장에게 물러나는 장관에 대한 사전통보를 당부했다고 한다.

YS가 대통령 재임 당시 장관을 경질하면서 일언반구 언질을 안줘 해당자들이 크게 반발했던 사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이임 장관들과 곧 식사자리를 마련하리라는 게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

○…정작 개각에 대한 정보가 없는 총리실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하마평을 묻는 모습까지 연출. 총리실에선 이번에 개각 폭이나 시기에 대한 보고서만 총리에게 올렸을 뿐 인선내용에 대해선 실무차원의 작업이 전연 없었다는 후문.

장관 퇴임이 확실한 건설교통부 등 일부 부처의 비서실 직원과 총무과 관계자들은 인사장을 작성하는 등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또 입각 또는 영전설이 나도는 진념 기획예산위원장과 이건춘 국세청장.정덕구 재경부차관 등은 집 전화를 자동응답기로 바꿔놓거나 소재도 안밝히고 집에서 나가 있는 등 잔뜩 몸조심.

○…법무부와 검찰은 박상천 장관 경질이 확실시되자 "사법개혁위원회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데 확실한 방패막이가 사라지게 됐다" 며 아쉬움도 표시했다.

또 불과 2개월여 뒤 김태정 검찰총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검찰 전체인사를 둘러싼 혼선도 빚어질지 모른다고 우려.

국민연금 파동 등으로 퇴진설이 나온 김모임 (金慕妊) 보건복지부 장관 거취와 관련, 김종필 총리가 金장관의 유임을 강력히 주장해 그간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치.경제.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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