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가는 페리…김정일 면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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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5일부터 나흘간 평양을 방문하는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 (對北) 정책조정관이 북한 김정일 (金正日) 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페리 조정관은 김정일에게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친서 (親書) 를 전달하고, 페리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설명한 뒤 북한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정부당국자는 "페리 조정관 측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백남순 외무상 등 고위관리를 만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며 "정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았으나 김정일과 한 차례 비공식 면담도 이뤄질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친서내용과 관련, 뉴욕타임스는 21일 미정부관리의 말을 인용, "장거리미사일 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제안을 가져갈 것" 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일지 의문" 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경제제재 해제와 전면적인 외교적 승인을 포괄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처음" 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당국자는 "일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우리 국가원수 친서를 미국대통령의 특사가 북한에 전달하는 것은 난센스" 라고 일축했다.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페리 조정관을 통한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전달은 생각하지 않고있다" 고 강조했다.

방북에 앞서 페리 조정관은 24일 일본 도쿄 (東京)에서 한.미.일 3자 고위정책협의회에 참석하며, 방북 후 서울에서 3자협의회를 다시 가진 뒤 우리 정부에도 방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페리 조정관의 방북은 지난 94년6월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 이후 최고위급 미국인사의 방문이며, 함께가는 웬디 셔먼 대사 (국무부 자문관) 도 평양을 방문하는 미 국무부 최고위급 인사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일 3국이 마련한 포괄적인 대북현안 해결 방안에 대한 북한당국의 입장을 처음으로 직접 타진한다는 점에서 방북의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또 김정일 체제가 폐쇄적 태도에서 벗어나 대미 관계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어떻게 열어나갈지에 우리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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