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핵협상 대선 후로 미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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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가는 북핵 협상에 미국이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8일 북한을'깨기 힘든 호두'에 비유하며 대북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파월 장관은 "북한은 (이란보다) 더 다루기 어려운 나라이며 협상게임에서는 가장 단단하고 또 단단한 호두들 중의 하나"라고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북한은 자기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아주 합리적이고 사물을 보는 방식도 합리적이지만 (협상에서는)깨서 열기 어려운 호두라는 뜻"이라며"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고 10년 전 그들과 대화했지만 (제네바)기본합의서로도 그 (핵)프로그램을 없애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9월 말까지 열기로 합의된 4차 6자회담 및 실무그룹회의 개최 여부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 측의 노력을 바라보고 있다"며 공을 중국 쪽에 넘겼다.

애럴리 부대변인은 "중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 간에 (개최를 놓고) 많은 협의가 있었고, 그 협의는 계속된다"며 "우리는 (6자회담) 개최국이자 실무그룹회의 및 본회담 의장국인 베이징(北京)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6일 "그동안 미국 측에서 나온 발언들이 놀라움과 실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며 4차 회담 및 실무그룹회의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주일 러시아대사도 18일 "미국은 차기 대선에 정신이 팔려있어 다음 6자회담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분석=북한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11월 2일의 미 대선 뒤로 협상을 미루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선을 불과 75일 남겨놓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뾰족한 수를 내기 어렵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북핵 접근방식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기 6자회담을 미루면 북핵 위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대북 협상의 고충을 토로하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사전 포석의 하나로 분석된다. 자신들이 차기 회담 개최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한편 회담이 무산될 경우 비난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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