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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8> 공중화장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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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은 공공건물 및 시설에 설치되어 무료로 개방되는 개방형, 일시적 수요를 위하여 설치되는 이동형, 감시 및 관리가 어려운 곳에 설치되는 유료 화장실 등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보행량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관리가 쉬운 무인자동 유료 화장실 설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전 투입에 의해 출입문이 열리고 사용 후에는 변기와 내부 공간이 자동 세척되어 기능적이며 위생적입니다. 그러나 좁은 출입구와 진입부 단차로 휠체어나 노약자의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관리 주체마다 중구난방으로 설치하다 보니 색상과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시민들이 거리에서 공중화장실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사진1)

서울 태평로 유료 공중화장실(사진 1 )과 개선안(그림 2 ).


디자이너 박선후가 제안하는 무인 자동 공중화장실은 부피를 줄여 보도 잠식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바닥면에 단차를 없애고 휠체어를 위해 출입구도 넓혔습니다. 다양한 장소에 설치되는 시설임을 감안하여 주위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중립색인 진회색을 적용하였고, 세로로 길게 홈을 낸 표면이 포스터나 스티커 등 불법 광고물의 부착과 낙서를 방지합니다. 옆면에는 조명이 매입된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적용하여 주간에는 물론 야간에도 먼 거리에서 쉽게 식별됩니다. 모서리를 곡면으로 처리하고, 뒤로 갈수록 폭을 줄여 여러 개를 연립시킬 경우 부드러운 부채꼴 배치가 되는 등 조형성을 고려하였습니다.(그림2) 새로운 디자인의 공중화장실이 도시 곳곳에 일관성 있게 적용된다면, 파리나 런던 같이 거리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시각기호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공중화장실은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애용하는 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무장애(barrier free) 설계가 되어야 하고, 어디서나 쉽게 식별되어야 하며, 사용법이 간단하여야 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 ·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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