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프로사이 짧게 방영 필러프로 상큼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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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시간은 짧지만 효과는 만점. 필러 (Filler) 프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영어로는 '채운다' 는 뜻. 정규 프로 사이에 나가는 징검다리 프로다. 방영시간은 대개 1~5분 정도. 일종의 휴식공간이다.

특히 케이블 TV의 필러프로들이 다채롭다. 지상파 방송은 주로 광고로 프로 사이를 채우지만 케이블은 방영시간에 비해 광고가 적고, 또한 필러를 이용해 채널별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이블 대부분은 일반 프로와 마찬가지로 필러 제작팀을 따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양념' 으로 생각하면 곤란.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규프로보다 짭짤한 기획이 많다. 반응도 좋아 비디오 구입법을 묻는 시청자 문의도 자주 들어온다.

다큐전문 Q채널.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 풍경에 동요.민요.가곡을 곁들인 '모천의 노래' 와 역사상 주요 사건과 인물을 돌아보는 '세계사 한 페이지' 등을 내보내고 있다. 현재 20세기 주요 장면을 정리한 '사진으로 보는 20세기' 를 제작 중이다.

또다른 다큐 케이블인 CTN도 채널 특성에 맞는 필러를 방영한다. 특히 역사물이 강세다. 과거 국내외 역사적 사건을 매일 매일 정리한 '역사 속의 하루' 와 예술.문화.정치 등 주요 인물을 짧은 다큐로 제작한 '역사 속을 걸어온 사람들' 이 인기다.

뉴스전문 YTN은 반대의 전략을 추구한다. 건조하기 쉬운 뉴스 프로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돌려놓는 뜻에서 '한국의 들꽃' 시리즈를 방영한다. 들꽃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야생화연구소 김태정 소장이 촬영한 아름다운 화면을 방송용으로 편집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필러 활용은 음악채널에서도 활발하다. 곡마다 연주시간이 달라 선곡하다 보면 빈 공간이 자주 자주 발생하는 까닭이다. m.net에선 최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핫 클립' 과 콘서트 정보프로가 화제고, 자사 이미지를 알리는 코너에선 애니메이션 기법을 총동원한다.

m.net 김미선씨는 "수십 개 채널이 생기는 위성방송이 도입되면 각기 자기 채널 특성을 알리려는 필러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 이라고 전망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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