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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위지 잇단 '반성문' "이라크 보도 정부 편향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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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워싱턴 포스트가 자사의 이라크전쟁 보도 태도를 반성한 지난 12일자 1면.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 권위지들의 '자기 반성'이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등 그동안의 보도가 '정부 편향적'이었다고 고백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12일 워싱턴 포스트 1면. 매체비평가 하워드 커츠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편집 간부들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정부 주장에 회의를 제기하는 것을 꺼렸다"고 지적했다.

대신 당시 기사의 초점은 전쟁으로 향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사 편집인 레너드 다우니와도 인터뷰를 해 반성을 공개적으로 끌어냈다.

"우리는 행정부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내는 데만 초점을 맞췄지 전쟁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1면에 충분히 게재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는 내용이다.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 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밥 우드워드 부국장도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될 경우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데 대한 위험 부담이 당시 언론인들에게 있었다"면서 "나도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의 한 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앞서 뉴욕 타임스도 지난 5월 유사한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이라크 침공 명분이었던 '대량 살상무기 존재'에 대한 많은 정보를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망명 세력과 정보원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굴절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뉴 리퍼블릭 역시 뉴욕 타임스 보도 한달 후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우리 신문이 가정했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전략적 명분이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미국 신문 발행인.편집인들의 잡지인 '에디터 & 퍼블리셔'도 최근호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미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미국 언론의 '도미노 반성'에 대한 미디어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뉴욕 리뷰의 마이클 매싱은 "워싱턴 포스트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주간지 워싱턴 시티 페이퍼의 에릭 웸플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는 미국 언론의 잘못을 '최소 비용'으로 넘어가려는 측면도 있다"면서 "전쟁 반대 주장을 더욱 많이 지면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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